운전중 DMB시청, 오리발 땐 어쩌나

신호대기·주차중 단속 제외, 적발돼도 장치 끄고 발뺌땐 물증 확보 어려워 경찰 “블랙박스·캠코더 활용”… 14일부터 벌점·범칙금 부과

경찰이 운전 중 DMB 동영상을 보는 운전자 단속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물증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다, 발뺌하고 버티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호 대기 중인 운전자의 DMB시청은 단속에서 제외되는 등 빈틈이 많아 자동차가 멈춘 상태서만 작동하는 기능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시행에 들어간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영상표시장치에서 주행 중 영상이 표시되는 행위 모두가 단속 대상이다. 운전 중 영상을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동영상이 켜져 있기만 해도 걸린다.

영상표시장치는 운전자가 휴대하는 것을 포함해 차량매립형(거치형) DMB, 휴대용 DMB, 스마트폰, PMP, 태블릿PC, 노트북 등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장치 모두가 해당한다.

또 단속대상이 되는 영상은 TV·영화 등 동영상뿐만 아니라 사진ㆍ삽화·만화ㆍ디지털화면 등 정지영상도 포함된다. 보조석 동승자가 영상물을 시청해도 영상표시장치가 운전자의 시선 내에 있으면 단속된다. 그동안 도로교통법에서 '운전자의 시청'을 금지하던 것에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영상표시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단속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영상이나 교통정보안내, 국가비상사태ㆍ재난상황 등은 단속 대상이 아니며, 운전할 때 자동차 전ㆍ후방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카메라 영상도 언제든 시청할 수 있다. 오는 14일부터 운전중에 시청하다 적발되면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 대상이 주행 중인 차량에 제한되고 신호 대기 중이거나 교통정보 시청은 위반이 아니어서 경찰이 도로 위에서 단속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전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최모(56)씨는 “경찰 앞에서 영상표시장치를 끄거나 운전자가 발뺌하면 법률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 위반 여부 부인할 경우를 대비해 순찰차량 블랙박스와 조수석 쪽에서 캠코더와 사진을 촬영할 계획”이라며 “단속을 위해 차를 세우기 어려우면 범법 차량으로 전산 입력해 추후 단속하거나 목격한 경찰이 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