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 A(41)씨는 2012년 9월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외국여성인 B(22)를 만났다. 곧이어 B씨의 모국에서 결혼식으로 올리고 같은 해 10월에 한국에서 혼인신고까지 하면서 정식 부부가 됐다.
하지만, B씨는 이런저런 사정을 이유로 한국 입국을 차일피일 미뤘다. 남편의 계속된 요청으로 결국 결혼식을 치른 지 8개월이 된 2013년 5월 말에서야 국내로 들어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입국한 B씨는 부부간의 성관계를 일체 거부했다. 갈등은 불가피했고, 급기야 B씨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겠다고 엄포하기까지 했다. 입국 보름여만에 체류기간이 연장되자 B씨는 한 달도 안 돼 남편 몰래 가출해버렸다.
B씨는 가출 후 사촌이 있는 국내 다른 지역으로 갔다. A씨는 B씨를 찾아갔고, 그곳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B씨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B씨가 '결혼식만 올려주면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부모님의 성황에 못 이겨 결혼식에 응했고, 한국에 입국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입국했다'고 말한 것이다.
참다못한 A씨는 “부부관계를 일절 거부하는 등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가 없었다”며 B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가정법원 김은영 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일 밝혔다.
김 판사는 “결혼 전후에 나타난 피고의 제반 언행 등에 비춰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이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이 이뤄진 것으로, 혼인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결혼 생각 없이 돈만 벌어 본국에 있는 애인에게 돌아가려던 외국 여성을 상대로 한 이혼청구도 있다.
한국남성 C(40)씨는 2010년 12월 외국 여성 D(24)씨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혼인신고 6개월 후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입국한 D씨는 결혼생활을 하다가 두 달 만에 가출했다.
가출 후 C씨는 D씨가 쓰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에는 '조금만 더 기다려줘, 돌아가서 오빠랑 살 거야. 밤에 잘 때도 그(C씨)를 피하고 있어' 등 본국에 있는 애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쓴 글이 기재돼 있었다. C씨는 결국 혼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가정법원 가사항소부(재판장 손왕석 법원장)는 1심과 같이 C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반면, D씨의 항소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처음부터 혼인을 명목으로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국에 있는 애인에게 돌아갈 계획이었을 뿐, 원고와 혼인생활을 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원고를 기망한 것으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막대한 결혼비용은 손해배상으로 통해 받아야 하지만, 외국 여성이나 그 부모가 갚을 능력이 없어 사실상 돌려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를 진지하게 확인해야만 파경과 더불어 경제적 손실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wjde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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