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달… '아파트 도로명주소' 알쏭달쏭

배달업계 '동수 못찾아' 혼란… 내비게이션도 집 앞까지 못가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 지 1개월가량 됐지만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업무에서는 오히려 아파트명을 이용하는 게 수월할 뿐 아니라 도로명주소로 인한 내비게이션 오류도 속출하면서 아파트 거주자와 방문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일부터 기존 주소가 아닌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했다. 도로명 주소는 도로에는 이름을, 건물에는 번호를 부여해 '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한 주소 체계다. 도로는 폭에 따라 '대로', '로,' '길'로 구분되며 대로는 폭 40m 또는 8차로 이상, 로는 폭 12~40m 또는 2~7차로, 길은 대로와 로 외의 도로를 말한다. 건물번호의 경우, 도로 구간별 기점에서 서에서 동쪽, 남에서 북쪽의 도로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일반 주택은 그동안에도 숫자로 된 지번이 해당 주소를 의미해 도로명 주소를 활용하는 택배업체로서도 적응하기 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일반 주택과는 적용 개념이 달라 아파트 거주자들이 실생활속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7일 김모(35)씨의 경우, 최근 다른 동의 아파트로 이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예전 주소로 물품이 배달됐다. 바뀐 아파트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택배기사에게 알려줬지만 오히려 아파트 이름을 얘기해달라는 퉁명스런 택배기사의 말만 들었을 뿐이다.

또 생활 속에서 주소와 가장 밀접한 대상이 내비게이션이지만 도로명주소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한모(53)씨는 아파트를 최종 목적지로 내비게이션에 도로명주소를 입력했지만 목적지 근처에서 내비게이션이 아파트 동을 찾지 못해 낭패를 봤다. 그동안에는 아파트 동까지 입력을 하면 정확하게 안내를 해줬지만 아파트에서는 네비게이션이 아파트단지의 인근 도로에서 맴돌뿐이었다.

한씨는 “정부가 전국적으로 도로명주소를 바꿔 시행했으면 전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로명 주소를 이용하다보니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는 그 단지 자체만 최종 주소 데이터로 인식돼 이 같은 불편이 뒤따른다”고 불평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의 경우, 물류 시스템 등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아직은 시행착오가 있는 만큼 최대한의 안내를 통해 도로명주소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