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후반의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방역요원들이 25일 오전 비를 맞으며 차량소독을 하고 있다. |
7명의 마을주민과 버드랜드 직원, 서산축협 직원까지 9명이 소독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령의 마을주민이 찬비에 몸을 으슬으슬 떨며 소독액을 옮겨넣고, 25㎏ 정도의 무거운 등짐펌프를 억지로 들어 올려 짊어졌다. 마을 입구는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으나 서산버드랜드 앞은 가족차량이 쉴 새 없이 방문했다가 차를 돌려 나갔다. 혹시나 이들의 차에서 AI가 전염될까 우려됐다. 주말인 탓에 이날 오전만 200여 대의 차량이 왔다 갔다는 게 방역요원의 설명이다.
방역초소에 파견된 마을주민들은 점차 빗방울이 굵어지자 방역복을 갈아입고 다시 방역에 나섰다. 차량이 지나가기만하면 소독약이 분출되는 기계가 있지만 고장이 잦다. 이날도 고장은 계속됐다. 때문에 주말도 쉬지 않고 비를 맞으며 방역초소를 운영하면서도 차단이 제대로 될 지는 의문점이었다.
구제역을 비롯해 각종 방역활동 때마다 서산에서 가장 앞장선다는 신모(66)씨는 “이렇게 고생해서 확산방지가 확실히 되면 모르겠는데 벌써 서천, 당진, 부여 등에서도 감염소식이 전해지고 있지 않느냐”며 “차량으로 인한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날아다니는 철새에 대한 방역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신씨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서는 다시 등짐펌프를 짊어졌다. 이렇게 AI 확산방지를 위해 충남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역초소는 26일 현재 39곳이다. 마을주민 등 용역직원 141명과 공무원 78명, 경찰 12명 등 231명이 길게는 지난 19일부터 8일째 등짐펌프를 짊어지고 있다.
이마저도 2배 이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방역장비업체들이 전북으로 출장을 나가 대기 중이어서 27일부터 인원과 장비가 더 확충될 예정이다.
도 축산과 관계자는 “확산을 막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한 농가로의 전염이라도 더 막는다는 생각으로 방역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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