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지난 25일 부여군 홍산면의 한 종계장에서 공무원들이 살처분된 종계를 땅에 묻기 위해 화물차에 싣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오리가 아닌 닭에서 AI가 확진된 것은 처음으로, AI 사태가 국내 가금류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천 금강하구와 당진 삽교호에서 가창오리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자 인근지역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던 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6일 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 종계장에서 AI 의심축이 신고 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폐사한 닭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
도는 25~26일 공무원과 군인 등 160명을 투입해 발생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 1만6000여 마리를 살처분했으며, 반경 3㎞이내 2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11만8000마리에 대해서도 살처분에 들어갔다. 또 AI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농가에서 10㎞ 내에 위치한 부여와 보령, 서천지역 339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35만9000마리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날 오전 천안 직산면 판정리 종오리 농장에서도 AI 의심축이 신고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도는 즉각 해당 농장을 이동통제 조치하고 부검결과에 따라 방역대를 설정하는 등 후속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는 지역에서 AI가 발생함에 따라 AI방역상황실(실장 농정국장)을 방역대책본부(본부장 도지사)로 격상하고, 각 시군에 방역 강화를 주문하는 등 총력 방역체계를 가동 중이다.
도는 25일 송석두 행정부지사 주재로 AI 방역대책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안희정 지사 주재로 AI 방역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방역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주부터 차단 방역을 집중적으로 펼쳐 왔으나, 유감스럽게 도내 양계장에서 AI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도민 모두가 합심한다면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AI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금강호와 삽교호 등 도내 주요 철새도래지에 대해서 특별관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도는 부여 AI 발생지 중심으로 16곳에 방역대별 및 주요도로 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하고, AI 발생농가 주변지역에 대해 소독 및 차단방역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내 철새도래지에서 나온 야생조류 폐사체는 모두 AI 감염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서천 금강하구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는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됐고, 23일 당진 삽교호에서 나온 가창오리도 H5N8형 AI로 확인된 상태다. 도는 현재 가창오리 폐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반경 10㎞ 이내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동제한 조치했다. 관리지역 내에서 닭 5만8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20개 농가에 대해 예찰을 강화하고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AI의 도내 유입이 현실화되면서 지역축산농가에서는 피해가 가장 컸던 2003년 AI 사태를 떠올리며 불안해 하고 있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천안ㆍ아산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149개 농가에서 가금류 141만 마리가 살처분 됐었다.
천안에서 닭을 키우는 A씨는 “설마설마 했는데 AI가 또 발생했고 도내까지 유입됐다”면서 “지난 아픈 기억이 떠올라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편, 도내 15개 시군에서는 6406개 농가에서 4936만9000마리의 가금류를 사육 중이다.
내포=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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