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아버지 살해한 고교생, 국참서 '심신미약' 인정돼 집유

재판부 “8년간 정신적 스트레스… 사회구성원 육성 필요”

수년간 가정폭력을 행사한 아버지를 살해한 고등학생 아들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17)군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정군은 부친(41)이 지난해 8월 피멍이 들 정도 어머니를 구타한 다음날에도 어머니와 또다시 도박 문제 등으로 심하게 다투는 걸 보고 어머니와 동생까지 죽일 것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자, 잠을 자던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군은 평소에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정서불안을 느끼며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등 8년여간 적응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배심원단 7명은 전원 유죄로 판단하면서 심신미약을 인정했고, 4명이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검찰은 단기 5년 장기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두려움과 분노감에 사로잡혀 미약한 상태에서 한 우발적 범행으로, 8년간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시달려온만큼, 단순히 패륜이라는 결과적 잣대로만 평가해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행실이 바르며 책임감이 강한 편으로,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이 실형보다 피고의 장래와 사회공동의 이익을 위해 합목적적이라고 인정된다”고 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