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출연연 기술료 인센티브 과세 대상 아니다”

법원 “실시보상금도 직무발명보상금으로 봐야”… 감사원과 정반대 판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료 인센티브(실시보상금) 과세를 놓고, 법원이 감사원과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과세대상이라는 감사원의 결정에 따라 세무당국이 세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직무발명보상금과 같은 비과세 대상이라며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등이 서대전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소득세 등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막대한 세금 부과=문제가 '실시보상금'은 출연연이 연구개발 결과물을 사용,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 등에게 받은 기술료 중 일부를 그 발명에 기여한 연구직원이나 퇴직자에게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지적재산권관리요령에 근거한 이 보상금은 발명진흥법상 비과세소득인 직무발명보상금으로 보고, 그동안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이 참여연구원 등에게 지급한 기술료 성과급 등은 직무발명보상금과 성격이 다른 과세대상소득이라는 결정을 2011년 내렸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2006~2010년 전자통신연구원에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세, 법인세 등 모두 105억4846만원을 부과했다. 생명연은 8억2376만원, 화학연은 6억8077만원을 부과받았다. 출연연들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됐다.

▲과세VS 비과세=세무당국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결과로 얻은 지식재산권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규정에 따라 처음부터 출연연에 귀속된다”며 “소속 직원의 직무발명 권리나 지식재산권은 출연연이 원시취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출연연에게 직무발명보상금은 애초부터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출연연 측은 “실시보상금은 발명진흥법에 따라 비과세대상 기타소득인 직무발명보상금에 해당한다”며 “실시보상금이 과세대상소득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뤄진 세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맞섰다.

▲법원, '실시보상금=직무발명보상금'=법원은 실시보상금은 직무발명보상금과 성격이 같다는 결론을 내놨다. 재판부는 “발명진흥법상 출연연 소속 직원도 업무 범위에 속하는 직무발명을 한 경우 그 권리는 출연연이 아닌 해당 직원이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설연구기관과 국가나 여타 공공기관과 달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을 내세워 출연연 직원에 대해서만 직무발명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따른 수행결과물에 대해서도 그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는 주관연구기관이 아니라 소속 직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적재산권관리요령에 따라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 등을 승계해주고 지급받은 실시보상금은 직무발명보상금이라 봄이 타당하고, 비과세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