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엄청난 충청도가 되려면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엄청난 충청도가 되려면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1-21 14:28
  • 신문게재 2014-01-22 16면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충청도, 멍청도, 엄청도'. 앞글자만 다른 단어지만 뜻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충청도'가 충절의 땅, 양반의 고장, 선비정신이라는 연관어를 많이 갖고 있다면 '멍청도'는 충청도와 충청주민들을 비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 반면 '엄청도(엄청난 충청도)'는 더이상 얕보임 당하지 않는 힘있고 비약하는 충청도를 상징한다.

시대 변화에 충청 연관어가 이처럼 바뀌어 가고 있다. 충청도는 국가 위기 때마다 의사·열사를 많이 배출해 충절의 땅으로 추앙받던 곳이다. 그런 충청도가 영호남 중심의 패권주의적 정치구도에서 한 때 '충청도 핫바지' 용어가 난무하며 멍청도로 조롱당하고 비하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더구나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정치에 정권이 좌우되면서 충청도는 영호남에 비해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에서 홀대받고 인재 등용에서도 푸대접을 받아 왔다.

그러나 클 곳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분단국가에서 충청도는 안보적, 지리적 이점과 잘 구축된 과학인프라 등으로 국가정책에서 러브콜을 받게 돼 있다.

이런 특수성에 기인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충청권에 건설돼 중앙부처기관 이전으로 국가행정을 이끌고 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사업으로 과학기술과 융복합산업을 선도하는 창조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게 돼 '엄청도'의 튼실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이 커진 점도 '엄청도'로 조명받는 이유다. 충청권의 인구는 지난 해 5월부터 호남을 추월했다. 충청인구가 호남을 추월한 것은 조선시대 이후 처음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현행 헌법은 명시해 놓고 있다. 그 권력을 갖는 인구의 권역별 분포가 영남, 호남, 충청에서 영남, 충청, 호남으로 바뀐 것이다. 충청권의 정치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여야 정치권에서 입김있고 중량감있는 충청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엄청도'의 기반이 되고 있다. 충청 출신의 강창희ㆍ박병석 의원이 여야를 대표한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으로 있고 광역단체장 출신의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박성효 의원 등이 집권여당의 중진으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내 입지를 구축하며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표면상 충청도는 분명히 엄청도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엄청도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의 주인의식 함양과 기관 단체 등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이익을 대변할 때 확실히 챙기는 정치적 힘과 지역역량을 키우고 시민들의 지역사랑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엄청도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제대로 된 지역사랑이 필요하다. 비록 고향은 영호남 일 지언정 충청 땅에 살고 있다면 충청지역민으로 근착하려는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 현재 서있는 곳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가정의 보금자리이며 자녀들의 고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충청권은 IMF 경제위기때 당시 지방은행이던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이 사라졌다. 이들 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방은행 역할을 자임하며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 전 대전에 상륙한 전북은행이 벌써 6개의 지점을 개설했다. 나름의 경쟁상품도 있지만 호남 출향인들의 호응에 힘입은 결과다. 이렇다 보니 대전의 지방은행이 하나은행인 지, 전북은행인 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현상은 영호남에선 좀체 보기 어렵다. 주민들이 지방은행의 역할만 강조해선 안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지방은행에 애정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엄청도가 될 수 있다.

충청인의 부정적 이미지도 엄청도의 장애물이다. 소극적인 행동과 방관자적 자세, 투서와 비방 등은 개선돼야 한다. 지역현안 발생시 충청권은 사람모이기가 힘들다. 지역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그만큼 어렵다. 당사자 앞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뒤에서 수근대거나 투서가 난무한다. 사라져야 할 행태다. 자기 몫 찾기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전 등은 타 시도보다 적은 선거구로 인한 표의 가치성 훼손과 국비 예산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 영호남에선 들고 일어날 일이다. 바로 잡아야 한다.

지역 공공기관의 지역역량 강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권역별 치과병원중 대전은 원광대 대전치과병원이 맡고 있다. 대전소재 대학에 치과병원이 없다보니 전북소재 대학의 치과병원에 대전시민들의 건강을 맡기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엄청도의 종착지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