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시대 변화에 충청 연관어가 이처럼 바뀌어 가고 있다. 충청도는 국가 위기 때마다 의사·열사를 많이 배출해 충절의 땅으로 추앙받던 곳이다. 그런 충청도가 영호남 중심의 패권주의적 정치구도에서 한 때 '충청도 핫바지' 용어가 난무하며 멍청도로 조롱당하고 비하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더구나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정치에 정권이 좌우되면서 충청도는 영호남에 비해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에서 홀대받고 인재 등용에서도 푸대접을 받아 왔다.
그러나 클 곳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분단국가에서 충청도는 안보적, 지리적 이점과 잘 구축된 과학인프라 등으로 국가정책에서 러브콜을 받게 돼 있다.
이런 특수성에 기인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충청권에 건설돼 중앙부처기관 이전으로 국가행정을 이끌고 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사업으로 과학기술과 융복합산업을 선도하는 창조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게 돼 '엄청도'의 튼실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이 커진 점도 '엄청도'로 조명받는 이유다. 충청권의 인구는 지난 해 5월부터 호남을 추월했다. 충청인구가 호남을 추월한 것은 조선시대 이후 처음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현행 헌법은 명시해 놓고 있다. 그 권력을 갖는 인구의 권역별 분포가 영남, 호남, 충청에서 영남, 충청, 호남으로 바뀐 것이다. 충청권의 정치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여야 정치권에서 입김있고 중량감있는 충청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엄청도'의 기반이 되고 있다. 충청 출신의 강창희ㆍ박병석 의원이 여야를 대표한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으로 있고 광역단체장 출신의 이인제, 이완구, 정우택, 박성효 의원 등이 집권여당의 중진으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내 입지를 구축하며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표면상 충청도는 분명히 엄청도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엄청도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의 주인의식 함양과 기관 단체 등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이익을 대변할 때 확실히 챙기는 정치적 힘과 지역역량을 키우고 시민들의 지역사랑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엄청도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제대로 된 지역사랑이 필요하다. 비록 고향은 영호남 일 지언정 충청 땅에 살고 있다면 충청지역민으로 근착하려는 행동 변화가 중요하다. 현재 서있는 곳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가정의 보금자리이며 자녀들의 고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충청권은 IMF 경제위기때 당시 지방은행이던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이 사라졌다. 이들 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지방은행 역할을 자임하며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 전 대전에 상륙한 전북은행이 벌써 6개의 지점을 개설했다. 나름의 경쟁상품도 있지만 호남 출향인들의 호응에 힘입은 결과다. 이렇다 보니 대전의 지방은행이 하나은행인 지, 전북은행인 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현상은 영호남에선 좀체 보기 어렵다. 주민들이 지방은행의 역할만 강조해선 안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지방은행에 애정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엄청도가 될 수 있다.
충청인의 부정적 이미지도 엄청도의 장애물이다. 소극적인 행동과 방관자적 자세, 투서와 비방 등은 개선돼야 한다. 지역현안 발생시 충청권은 사람모이기가 힘들다. 지역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보여주기가 그만큼 어렵다. 당사자 앞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뒤에서 수근대거나 투서가 난무한다. 사라져야 할 행태다. 자기 몫 찾기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대전 등은 타 시도보다 적은 선거구로 인한 표의 가치성 훼손과 국비 예산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 영호남에선 들고 일어날 일이다. 바로 잡아야 한다.
지역 공공기관의 지역역량 강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권역별 치과병원중 대전은 원광대 대전치과병원이 맡고 있다. 대전소재 대학에 치과병원이 없다보니 전북소재 대학의 치과병원에 대전시민들의 건강을 맡기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엄청도의 종착지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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