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등이나 건전지의 성능이 요즘 같지 않아서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포장도로를 밤에 덜커덕 덜커덕 타고 다니던 자전거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전거의 진동을 견뎌내는 전등이 그렇게 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추억의 물건이 있었다.
바로 자전거 발전기와 전등이었다. 자전거 발전기는 마치 작은 병 모양으로 생겼었다. 병 주둥이처럼 생긴 곳에는 얕은 톱니바퀴처럼 생겨서 잘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병처럼 생긴 안쪽 병에는 둥근 자석에 구리선코일이 감겨있었고 돌아가는 부분은 자석으로 되어 있었다. 자석이 돌아가면서 전기를 일으켜 전등을 켤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의 손잡이 아래쪽에는 옛날 마이크처럼 생긴 전등이 달려 있었고 이 전등이 달린 자전거에는 자석식 자전거 발전기가 앞바퀴나 뒷바퀴 쪽에 달려있었다. 이 발전기의 톱니바퀴처럼 생긴 머리 부분을 자전거 바퀴의 고무타이어와 밀착시키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 이 작은 머리 부분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전기를 일으켜 전등을 밝히게 되어 있었다.
낮에는 머리 부분이 자전거 타이어에 닿지 않도록 떼어 놓으면 되었다. 물론 발전기를 타이어와 밀착시켜 놓으면 마찰 때문에 자전거 타기에 힘이 들기는 했지만, 밝고 환하면서 멀리까지 비추이는 전등을 보면 힘들기 보다는 기쁨을 한껏 느끼곤 하였다. 마을의 악동들은 이 자전거 발전기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기도 하였다.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자전거 발전기에 전선을 길게 연결하고 나서 한 친구가 자전거를 받쳐놓고 자전거 바퀴를 굴려서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서 나오는 전기를 개울물에 담그면 물속의 물고기들이 감전되어 떠오르곤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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