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한지붕 두 금융기관 '법정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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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판결]한지붕 두 금융기관 '법정다툼'

우리은행, 신탄진농협 입점상가에 개인점포 빌려 개점 '마찰' 법원, 농협측 영업금지청구 기각, 업종제한약정 존재는 인정

  • 승인 2014-01-20 17:04
  • 신문게재 2014-01-21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시중은행의 꼼수일까, 적법한 영업행위일까.

지역농협이 입점한 상가 내의 다른 사무실에 4대 시중은행 하나인 우리은행이 입점했다. 분양받은 지역농협과 달리, 우리은행은 분양받은 개인으로부터 임대해 영업점을 열었다. 지역농협은 분양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은행은 말도 안 된다고 맞섰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사건의 시작=문제가 된 장소는 (주)한국투자신탁(한투)가 건축주 및 시행사이고, (주)풍림산업이 시공사로 참여해 신축한 대전 대덕구 신탄진 금강엑슬루타워 단지 상가다. 신탄진농협(조합장 김옥환)은 2011년 6월 한투로부터 상가를 분양받아 2층은 점포, 1층은 365일 코너로 사용하고 있다. 신탄진농협 측은 분양계약에 앞서, 다른 금융점포 입점을 배제하고 독점으로 영업할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용도란에 '은행'과 '은행 365일코너'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얼마 후 우리은행이 상가를 분양받은 개인들로부터 옆 사무실을 임대해 점포와 365일 코너를 열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한투와 개인들의 분양계약서 용도란에는 '업무시설'(금융업소) 내지 '금융업소(은행)라고 기재돼 있었다.

▲업종제한약정 위반 논란=신탄진농협은 우리은행에 대해, '분양계약 상의 업종제한약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농협 측은 “우리은행이 농협과 한투의 분양계약 체결 내용, 즉 상가에 다른 금융기관은 입점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을 알면서도 개인 분양자들의 점포를 임차했다며 영업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은 상가 분양 당시 분양계약에 업종제한약정이 없었다고 맞섰다. 우리 측은 “상가 입주자모집공고에 분양점포 업종 중복에 대해 분양사는 일체 관여치 않기로 명시된 점, 분양계획에 상가용도도 지정하지 않아 업종제한약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결과는 기각, 내용은 일부 승소=법원은 영업금지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분양계약에 업종제한약정이 존재한다며 농협 측 주장은 일부 인정했다. 대전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김진철)는 신탄진농협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금지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투가 개인들과 계약하면서 용도를 업무시설(금융업소)로 기재한 점, 우리은행이 금융업을 할 수 있다고 믿은데,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볼 때 원고가 영업금지를 구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업종제한약정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에 따라 농협 측이 은행 업종에 대한 독점적 이익을 보장받는다고 할 것이고, 다른 수분양자에 의해 원고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당할 경우 그 침해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입점에 따른 농협의 영업상 피해는, 우리은행이 아니라 농협과 업종제한약정을 맺은 분양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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