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똑똑한 후배가 필드 레슨을 요청해서 함께 라운딩을 하게 됐다. 하는 일마다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라서 골프도 남 못지않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티업하기 전 연습타석에서 빈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았는데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완벽하다. 나는 역시 뭐든 잘 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라운딩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후배는 첫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버린다. 공 앞에서 꼼짝을 못하고 돌부처가 된 체 한참을 머물다가는 결국 공을 헛치고 만다. 나는 첫 타석이라서 그러려니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다음 샷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샷도 마찬가지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후배가 왜 필드레슨을 요청했는지를 깨달았다. TV레슨과 골프잡지 등 다방면의 스윙 메카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의 빈 스윙은 프로 못지않게 심플했지만 실전에서는 전혀 그런 것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너무 생각이 많고 오로지 머리로 골프를 치려고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TV레슨, 골프잡지의 해설, 프로의 충고와 그 자신의 스윙패턴 등 등 그의 뇌는 수많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풀어놓는 컴퓨터처럼 복잡하게 움직이고 그 다양한 데이터가 결국에는 근육을 긴장시켜 꼼작도 못하게 묶어놓고 마는 것이다. 코스에서는 생각을 단순화시키고 몸으로만 스윙을 구사하여야 한다. 머리는 거리와 핀의 위치만 계산하면 된다. 모든 구체적인 이론과 불필요한 용어들도 다 떨쳐버려야 한다.
나는 타석에 들어서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다음의 두 가지만을 생각한다.
-스윙에 관한 아무 생각을 하지말자.
-릴렉스! 너무 긴장하지 말자.
멋있는 스윙을 구사하기 위하여 남을 의식하지 않고, 멀리 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스윙은 평소에 연습한 그대로 평범하게 할 뿐이다. 골프에서는 기술적인 측면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남이 하지 못하는 기술을 구사하여 남을 깜짝 놀라게 하려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다 부질 없는 것이다.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코어 관리를 잘 하는 것이며, 그 능력이 수반 된 골프가 최상이기 때문이다.
후배에게 가장 좋은 약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었다. 모든 복잡한 기술의 집약체가 아니라 단순하게 동물적으로 클럽을 휘둘러 공을 앞으로 보내는 것 뿐이다. 물론 화려하고 멋있는 스윙은 스스로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습장에서 연마하여 몸으로 익혀 둘 일이지 실전에서 의식적으로 되풀이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후배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야기 해 주었다.
-스윙연습을 한다는 것은 공을 어떻게 쳐야하는가(?)를 잊기 위하여 하는 것이다.
-스윙의 기술적인 측면은 연습장에 두고 와야 한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이 익혀 온 동작으로 평범하게 공을 치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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