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대전 서구 둔산에 사는 김 모씨(44)는 요즘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얼마 전 학부모모임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선행학습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고교 1학년 수학을 배우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모(13)군도 겨울방학을 이용해 별도로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학원 수학 과목의 진도는 이미 중학 3학년 과정까지 나갔지만, 중학 1, 2학년 과정에 대한 보충학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 3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리던 '4당 5락(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최근 초등생 학부모 사이에서 새로운 신조어 '4당 3락'으로 유행처럼 불리고 있다. 14일 학부모들에 따르면 초등학생에까지 선행학습 열풍이 불면서 초등생이 고 1 공부를 하는 도 넘은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수험생들을 가리켜 불리던 '4당 5락'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에 불과하다는 것.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원래 자기 학년보다는 4개 학년 정도는 앞서서 공부해줘야 하고, 3년이 앞서면 떨어진다는 뜻의 '4당 3락'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선행학습 신드롬이 중·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학 때가 되면 이 같은 선행학습 열풍은 더 가열되고 있다. 학원들은 '선행학습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겨울방학을 맞아 경쟁적으로 특강반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극성 학부모들은 소규모 과외방 형식으로 수도권 유명 강사들을 초빙, 한 과목당 50만~100만 원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방학기간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초등생들은 학원이나 방과 후 학습에 내몰리면서 대입 수험생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방학 중 선행학습이 극성인 원인은 아직 배우지 않은 개념을 묻는 학교 시험, 학원들의 장삿 속, 우리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역 초등학생들이 일찌감치 바쁜 학사일정에 편입되는 데에는 선행 학습에 대한 부모들 욕심과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가정에서 돌보는 대신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일정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비 중학생 아들을 둔 양모(43·대전 유성구) 씨는 “대부분 아이가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학교는 진도나가는 데만 급급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도 따라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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