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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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위대한 유산

[직선곡선]김숙자 편집팀 차장

  • 승인 2014-01-13 13:52
  • 신문게재 2014-01-14 17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자식을 위한 부모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자식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다. 게다가 돈이 아주 많다면 말이다. 중국의 한 기업가가 네 살 난 딸을 위해 1000만위안(약 18억원)을 주고 유치원을 인수했다. 그 이유는 이전에 딸이 다니던 유치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또다른 중국 부호의 10살 딸은 생일선물로 받은 70만 위안(1억2000만원) 상당을 모두 기부했다. 이날 생일 파티에는 내빈들을 상대로 경품행사가 열렸는데 1등 경품으로 소형자동차를 내놓았다. 중국판 '상속녀들' 이다.

얼마전 종영한 '상속자들'이란 드라마에선 일명 귀족학교인 '제국고'가 등장하는데 그 학교엔 계급사회가 존재한다. 기업을 물려받을 경영상속자집단과 태어날때부터 이미 대주주인 주식상속자집단, 명예를 중시하는 명예상속자집단으로 나뉜다.

그럼 현실속의 상속자들은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자의 상위 1% 주식부자들의 부의 비법은 역시나 '부자 부모'였다. 반면 부자 부모 없이 성공한 자수성가형 부자는 30%가 못됐다.

2012년 상속·증여 등 '부의 대물림'의 규모는 26조5000억원.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300조원)의 10분의 1에 해당할 만큼 상당하다. 상속과세 대상자 상위 1% 집단 62명의 경우 총 2조1000억원을 상속받았는데 1인 당 평균 346억9000만원. 일반인의 375배에 달한다. 이런 상속 과정에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위해 대기업과 재산가들은 대규모 분식회계와 차명재산을 은닉하는 등 변칙적 탈세행위를 일삼고 이는 부자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오고 있다.

며칠 전 정문술 전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이 215억원(현금 100억원, 부동산 115억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2001년 이 학교에 기부한 300억원을 합하면 그의 기부액은 515억원에 이른다. 정 전 이사장은 “많은 재산은 없지만 평소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왔다”면서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안도하고 하나의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인 370억 달러(당시 44조원)을 자선재단에 기증했을 때, 그 아들 피터 버핏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피터 버핏은 혼자 힘으로 공부해 음악가가 됐고, 자서전에서 아버지의 생각을 이렇게 전한다. “아버지는 아무 대가 없이 부를 물려주는 건 젊은이의 열망과 열정을 고갈시키며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부적절한 선물이라 여겼다.”

김숙자·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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