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생산된 가압식소화기와 압력이 낮은 작동불능의 소화기들. |
공공 임대아파트의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누구도 확인하지 않고, 노후 장비를 교체하지도 않는 실정이었다.
10일 찾아간 동구 판암동 모 공공임대주택에서 1~15층까지 한 개 동의 소화기 45개 중 12개가 불량이었다. 한 층에 소화기 3개씩 비치한 이곳 임대아파트에서 2003년 10월 제조된 3.3㎏짜리 소화기가 지시압력계 '0'을 가리켰고, 아래층의 1.5㎏짜리 또다른 소화기 역시 2004년에 제작돼 지시압력계가 '적정' 수준보다 크게 낮은 '재충전' 상태였다.
일부 소화기는 압력계가 부서져 내부 부품이 녹슬 정도였고, 대부분 소화기가 먼지를 하향게 뒤집어 쓴 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이웃한 또다른 임대아파트 단지는 상황이 더 나빠 각 층에 2개씩 비치된 소화기 30개 중 14개가 작동불능 상태였다.
한 층에 소화기 2개 모두 지시압력계가 제로 수준으로 낮아져 화재발생 시 손잡이를 움켜쥐어도 소화분말이 분사될 수 없었으며, 개중에는 호스가 없는 것도 3개나 됐다.
특히, 폭발위험성이 제기된 20년 이상 된 가압식 소화기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공장에서 불을 끄려고 사용한 가압식 소화기가 폭발해 6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 이후 가압식 소화기를 폐기하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가압식 소화기는 내부 분말이 딱딱하게 굳어 작동시 내부압력이 높아져 폭발할 수 있기 때문으로 1999년 이후 생산되지 않는다. 임대 아파트에서 확인한 가압식 소화기는 1992년 생산된 것으로, 분말이 이미 굳은 듯 소화기를 흔들어도 내용물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동구 판암동의 임대주택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11년에 소화기 상태를 점검하고 재충전한 적 있지만. 최근엔 점검을 못했다”며 “폭발 위험 있는 가압식 소화기는 올해 중에 교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구 중촌동과 서구 둔산3동 공동임대주택에서도 작동불능의 소화기나 20년 이상된 가압식 소화기를 화재 진화용으로 복도에 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오래된 공공임대주택이어도 소화기점검카드를 통해 관리한 단지에서는 작동불능의 소화기가 훨씬 적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소화기의 압력이 적정하지 않으면 행정명령 등을 내릴 수 있지만, 노후 소화기 교체는 권고사항이어서 20년 이상된 소화기 상당수가 남아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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