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복지 축소에 '출연연도 술렁'

퇴직금·복무행태 등 40여가지 가이드라인 제시 출연연 '방만' 지적 없어… 연구현장 위축 우려도

●정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인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정부의 정상화 본격 착수에 술렁이고 있다. 최문기 장관은 지난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KAIST 총장 등 50개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은 '미래부 공공기관장 간담회' 자리에서 복리후생 조정,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관운영, 법정의무 준수 등 4대 분야 20개 과제를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이날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실효성있는 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미래부 장관과 공공기관장 간 경영 성과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또 성과 협약에 방만경영 관리를 포함하고 방만 경영 개선성과는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로인해 각 공공기관은 교육비, 의료비, 경조사, 휴가, 고용세습, 국외여비 등 11개 사례별 복리후생을 공무원수준으로 조정, 다음달 말까지 자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해야한다.

재직 중 순직할 경우 배우자 또는 직계 가족이 특별 채용되는 경우도 불가능해진다. 고등학생 자녀 학비 지원은 해당 지역 공·사립 기준으로 지원된다.

건강검진비 지원은 직원 본인으로 제한되며 경조사비를 예산으로 지원하거나 창립일 등 각종 기념일에 현금성 물품, 고가 기념품 지급도 금지된다. 국외 여행시 비즈니스석 탑승은 본부장급 이상으로 제한한다. 그동안 한국연구재단은 등록금이 비싼 자사고 및 특목고, 외국교육기관 자녀의 수업류 전액을 지원해온 것을 비롯해 쟁의기간에 임금을 전액 지급해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년 근속자 100만원, 20년 근속자 200만원, 30년 근속자 250만원 등 장기 근속자에게 현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들이 정부의 방만경영기관으로 지적당한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 고강도 개혁 주문은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있다.

정부가 지정한 방만 경영 공공기관은 LH, 한국전력 등 12개 부채 과다 기관과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 복리 후생이 과도한 20개 기관을 포함해 모두 32개로 미래부 산하 공공기관 50곳 가운데 한 곳 없는 실정이다. 또한 출연연의 과도한 복지혜택이 사라질 경우, 우수한 인력들의 출연연 기피현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다.

출연연 정년은 1990년대 말 정년 책임급 연구원 65세, 선임급 및 일반 직원 61세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직급·직종별로 56세부터 61세까지 정년이 차별적으로 단축됐다.

2010년 공공부문 임금 삭감으로 대졸 초임과 예산 운용 및 인력도 최소화된 상황. 결국 만 65세 정년인 대학보다 정년도 단축되고 대졸 초임 삭감이나 학력 규제 폐지 등으로 우수인력의 출연연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은 “출연연은 현행법상 국가 R&D로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다”며 “인력 운영, 예산 집행, 경영 평가 등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돼 연구기관 독립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과학기술계 출연연 소속을 현행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정부는 12일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계획 운용 지침'을 발표, 퇴직금, 교육·보육비, 의료비, 경조사비·기념품, 휴가·휴직, 복무행태 등 9개 분야 40여 가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비, 방과후 학교비는 물론 자녀 영어캠프비용, 학원비 등 사교육비 지원이 금지된다. 자녀 대학입학 축하금 지급과 대학생 학자금 무상지원, 영ㆍ유아 보육료 및 양육수당도 공공기관 예산으로 지원하지 못한다.

장기 근속자에게 지급됐던 기념품, 포상, 안식휴가도 없어진다. 퇴직예정자에게 기념품 가능하지만 순금, 건강검진권, 전자제품 등 지급은 안 된다. 직원 및 가족 대상 단체 상해ㆍ화재보험은 별도 예산이 아닌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로 지급돼야한다.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의 무이자 융자가 금지되며 시중금리 수준의 이자를 받아야 한다.

290여개 공공기관들은 이번 지침을 반영, 올해 말까지 방만경영을 해소하는 분기별 실행계획을 3월 말까지 모두 제출해야한다.

배문숙 기자 mo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