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애인정책 불안만 키웠다

장애 등급제 2017년 폐지 올해까지 중·경증 단일화 '하향될까' 재판정 꺼려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오히려 장애등급을 떨어뜨려 혜택을 줄이는 것은 아닌지 장애인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장애 재판정에 대한 절차는 간소화됐지만 재판정 대상 장애인들은 등급이 하향조정될까 재판정 심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장애등급을 중증, 경증 등으로 단일화하고 대통령 임기말기인 2017년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내놨다.또 올해부터는 장애인 재판정을 기존 3회 같은 등급을 받아야 해당 등급으로 인정됐던 것에서 2회로 줄인다.

여기에 첫 재판정에서 동일한 장애등급을 받지 않아도 호전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될 경우, 앞으로 재판정을 받지 않게 된다. 정부는 장애 재판정에 대한 절차를 줄여 각종 진료기록 발급에 따른 비용부담과 불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장애인 대책에도 장애인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되려 높다. 장애등급제가 당장 폐지되지 않고 2017년까지 연기돼 등급제로 인한 장애인들의 불이익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대전의 경우, 현재 장애 등급별로 1급 6253명을 비롯해 2급 9573명, 3급 1만2137명, 4급 4급 9949명, 5급 1만4749명, 6급 1만8780명 등 모두 7만1441명에 달한다.

이들이 재판정을 받을 경우, 의학적 판단에 의존한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라 장애인연금, 장애인활동지원 등의 혜택 대상에서 언제든지 탈락할 수 있다.

장애인 혜택 가운데 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의 경우 면제대상은 1~3급인데 4급으로 하향조정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일부 장애인은 “현 정부 들어 장애인에 대한 복지비용을 줄이려는 속셈이 아니겠느냐”며 “그동안에도 재판정을 받아 등급이 하향조정된 사례가 상당수로 재판정 받기가 두렵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체에 대해 등급을 매겨 이에 따른 장애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중증과 경증으로 단순화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