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대전교육감은 딱딱한 교육 이미지를 창조적인 소통이 오고가는 행복한 교육 현장으로 바꿔 놓았다.
김 교육감과의 신년 인터뷰는 넓은 맞이방 대신 클래식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집무실 한 켠에 놓인 테이블에서 진행됐다. 딱딱한 교육자의 이미지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은 풍모를 지닌 김 교육감은 미리 인터뷰 질문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교육감은 시종(始終) 조심스러웠다. 단어 하나도 골라 쓰려고 노력하고 내뱉은 말을 되짚어보는 듯했다.
새해 대전교육 화두로 낸 빛나지만 번쩍거리지 않는다는 뜻의 '광이불요(光而不耀)'는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 교육감은 학덕과 공적을 조용히 쌓을 뿐 스스로 자신의 우월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 사자성어에 대해 모든 지도자들이 견지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원칙주의자, 열정과 소신이 강한 교육수장, 대전교육 지휘자 등….' 그의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고 화려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뒤를 잇고자 교육대학으로 진학한 김 교육감은 당진에서 초등교사로 5년 근무하고 대전으로 발령받아 낮에는 선생님으로 밤에는 대학생으로 3년을 보냈다.
그는 더 넓은 세상에서 이론과 실무 경험을 쌓고 경쟁력을 키워 '교수'가되겠다는 꿈을 갖고 충남 홍산중으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홀연 단신으로 미국으로 떠나 1년간 현지 연구원 생활을 하다 귀국해 공주교대 전임강사를 거쳐 정교수로 아동교육의 실상을 파악하고 한국교육의 미래를 그렸다.
이후 지난 2006년 학교운영위원 간선으로 치러진 재선거에서 첫 교육감에 당선 된 김 교육감은 주민 직선 초대 교육감이기도 하다.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당선돼 대전교육을 이끄는 수장을 맡았다. 초등교사, 중등교사, 교수, 교육위원 시절까지 감안하면 대전교육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다.
특유의 카리스마에서 뿜어 나오는 추진력으로 대전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교육 행정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김 교육감을 만나 대전 교육계의 올 한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대전교육의 2013년을 결산하고 평가한다면.
▲올해 대전교육청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학력과 학교교육환경을 전국 최고로 만들어 누구나 다니고 싶고 보내고 싶은 행복한 교육현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교육의 많은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특히 대전은 국제적인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에서 공동 조사한 어린이 행복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됐다.
또한, 진로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의 행복한 미래 설계를 위해 진로변경 전입학제를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했다. 진로변경 전입학제는 고교 1~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로를 변경할 기회를 제도로 대전에서 처음으로 시행해 타 시ㆍ도청에서 일반화되고 있다.2013년도 행정제도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등 교육과정 또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어은중과 만년고는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학교의 우수사례가 전국은 물론, 해외연수일정을 통해 재외 한국 학교에까지 소개될 예정이다.
이러한 성과는 모두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과 교직원들, 교육청에서 땀 흘린 직원들 그리고 대전교육을 믿고 성원해준 학부모님을 비롯한 교육가족들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는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으로 한국 교육을 선도하는 '명품 대전교육'을 만들기 위해 모든 교육가족이 한마음이 돼 지혜와 역량을 모아 노력했다. 그 결과 올해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교원 및 단위학교 역량 강화' 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됐고 '인성 및 진로교육 운영' 프로그램은 우수 특색사업으로 채택됐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고등학교의 시·도별 3년 연속 향상 학교' 비율에서 전국 1위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내년에도 '꿈을 키우는 교실 미래를 여는 대전교육'을 기본방향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세계인 육성'을 실현하기 위해 체험과 실천중심의 인성교육,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글로벌 미래인재 육성, 적성과 소질에 맞는 꿈과 끼를 키우는 진로교육을 강화하겠다.
또 교육 본질에 충실한 자율과 책임의 행복학교, 배려와 나눔의 맞춤형 교육복지를 실현하고 청렴하고 투명한 공감과 신뢰의 현장중심 지원행정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
- 대전 국제중·고교 설립과 관련해 일각에서 특권교육이 심화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 대전지역 교육 수요자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선택의 폭을 확대해 국제화·정보화시대를 선도할 인문·사회계열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중·고등학교 설립이 꼭 필요하다.
일부 타시도의 사립국제중의 경우 사회적 배려대상자 입학전형의 악용, 편입학 시 금품 수수 등 일부 부유층의 입학비리 사례가 있었다.소외계층을 방치하는 특성화교육은 문제가 있지만 특성화교육 자체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특히 국제중은 공립학교로 신설하기 때문에 입학금 및 수업료를 받지 않을 계획이며, 학생선발 시 성적이 아닌 지니고 있는 소양 및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또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현 사회 통합 전형)을 개선하여 입시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학생선발,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한 지도 감독도 철저히 시행할 계획이다. 대전국제중·고 설립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긍정적으로 지켜봐주시길 당부 드린다.
-동신고가 동신과학고로 전환되면서 자공고 재학생 홀대 우려가 있는데.
▲자율형공립고로 선정이 되면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적 지원이다. 동신고가 대전동신과학고로 전환이 되도 재학생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보와 재정적 지원은 변함이 없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의 교육과정이 사전에 편성이 되고, 동신고가 대전동신과학고로 전환되더라도 재학생의 교육과정은 졸업 시까지 변함없이 운영된다.
또한, 재학생의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여타 자율형 공립고등학교 수준의 예산도 이미 수립한 상태다.
이 밖에도 과학문화탐방활동 지원, 초빙교사 제도를 통한 우수교원 확보, 기숙사 입사 시 재학생 적극 배려 등 재학생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님의 관심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수시로 장학지도를 실시해 현 재학생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에 힘쓰겠다.
-시민과 교육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학생, 학부모, 모든 시민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교육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기적이지 않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먼저 바람직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스스로 노력해 진로를 선택,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꿈을 강요하고 진로를 강요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을 성공하게 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임을 깨달아야 한다. 학력을 너무 강조하지 말고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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