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한 IT전당포에 들어온 전자기계와 가방. 젊은 층의 이용이 늘어나며 IT전당포도 확산되고 있다. |
7일 찾아간 대전 동구 용전동의 한 IT전당포는 웬만한 전자상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첨단 기계들이 모여 있었다. 어느 집 거실에 있었음 직한 대형 TV부터 추억을 담았던 최신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폰과 명품 핸드백까지 조금씩 손때묻은 전자기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중에는 포장지도 뜯지 않은 휴대폰과 시계, 골프채까지 어쩌다 전당포에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물건들도 있었다. 용전동의 전당포 대표 배모(35)씨는 “20대 젊은 층이 주요 손님이고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을 맡기고 중고거래가의 60% 선에서 100만원 미만의 돈을 받아가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20여 곳으로 추정되는 대전 IT전당포들은 젊은이들이 주로 찾고 첨단 기계를 거래하다 보니 예전의 전당포에서 보던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서구 괴정동의 한 IT전당포는 쇠창살 없이 개방된 공간에 탁자와 화분이 놓인 게, 커피숍처럼 연출했고, 둔산동의 또다른 전당포는 은행이나 A/S센터처럼 1:1상담실을 만든 곳도 있었다.
마침 전당포를 찾아온 30대 남성은 노트북을 맡기고 열흘을 조건으로 50만원을 받아갔다.
전당포 이용자는 “신용조회도 없고 대출기록도 남지 않으면서 3% 이율로 빌릴 수 있어 노트북을 맡겼다. 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다시 찾아올 생각”이라고 짧게 말했다. 곧바로 찾아오리라 다짐하지만, IT전당포에 맡긴 물건 중 20~30%는 주인에게 되돌아가지 못하고 임의처분된다.
특히, 대전 IT전당포 대부분은 대출 상환기간을 열흘이나 일주일로 짧게 잡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출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 이자율(연39%)보다 대출자가 약속한 날짜에 돈을 상환하지 못해 물건을 임의처분하는 게 전당포에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또 노트북이나 카메라처럼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장비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장물의 유통경로가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 전당포 관계자는 “상환기간을 하루만 지나도 전문 유통업자에게 기계를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도난여부는 제품번호 조회해 확인하나, 의도적으로 속여 현금화하려는 경우 우리도 당해낼 수 없다”고 푸념했다. 때문에 전당포를 찾을 때는 대출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 전당포에서 임의로 처분하는 조건을 분명히 밝혀둬야 한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전당포도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대부중개업등록을 한 정상적인 업체인지 확인하고, 물품수령증을 작성하고 보관해두는 게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