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논설위원 |
# 안희정 충남지사는 최근 한 방송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과 관련, 우려를 나타냈다. 안 지사는 “안철수 신당이 독자적으로 갈 경우 본의 아니게 야권 분열로 작동할 수 있다”며 “안철수 의원이 야권에, 또 진보 진영의 힘을 모으는데 같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현세의 책 제목인 '공포의 외인구단'까지 인용해가며 “기존 야권과 연대없이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기에는 좀 힘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겉으로야 진보진영의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안 지사 속 마음은 결코 편할 수 없으리라. 사실 충청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완구, 반기문, 안희정 등 실질적인 주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가장 손해를 볼 수 있는 인물이 다름 아닌 안 지사인 것이다.
# 6·4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면 향후 총선에서도 엇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존립마저 장담할 수 없으며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안 지사는 대권 도전의 꿈을 쉽게 접지 않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늘 주군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지난해 11월 출간한 저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에서도 그가 도지사에 도전한 것에 대해 노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미움' 때문이며 그들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였음을 토로하고 있다.
# 몇몇 사람들은 안 지사가 대권도전을 위해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말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마치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권을 위해 지사직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와 안 지사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3년간 안 지사가 보여준 도정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니다. 사실 그는 참여정부에서 그저 야인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도지사로 신분이 바뀐 채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도 '3년여가 지난 지금, 처음의 낮설음이 없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 게다가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좌파' 또는 '노빠'의 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에 대해 그는 고민스러워한다. 그의 고민은 민주당 내 대권 경쟁 상대인, '친노 재결집'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 의원과의 차이점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도 '보수와 진보 이전에 민주주의가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소나마 희석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혹자는 그의 지난번 도지사 당선을 그저 '운이 좋아 당선된 것'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도민의 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 도지사에 재임될 경우 자신의 행정경험을 더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 정치는 생물이라 하지 않던가.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선거를 도왔던 윤 전 장관이 안의원 진영으로 돌아와 6·4 지방선거를 거쳐,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내지는 협력의 메신저로 변신을 거듭할는지 누가 알겠는가. 이젠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가신이었던 안희정이 아닌, 충남지사 안희정으로 대권의 꿈을 한발한발 내디뎌야 한다. 안 지사가 꿈꾸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설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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