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말[馬]- 교통과 통신, 물류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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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말[馬]- 교통과 통신, 물류의 뿌리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1-07 14:18
  • 신문게재 2014-01-08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새해가 다시 밝았다. 말띠 해다. 말띠는 12띠 가운데 7번째 띠다. 말띠는 신성과 역동성을 가진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는다. 시간은 끊임이 없는데, 시간을 끊어 인위적인 순환체계를 만들어 항상 새로움으로 거듭난다. 역대 모든 제왕들이 말과 연관되어 있다. 주몽이 그렇고 박혁거세가 그렇다. 12띠 동물 가운데 가장 신성한 동물이다. 그만큼 우리 문화 속의 말은 신의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까닭에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 말고기를 왜 안 먹는지 의아해 한다. 신령한 것으로 여겨지는 호랑이와 닮은 고양이 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말이 죽으면 말을 고이 묻어 주었다.

전국 도처에 산봉오리 같은 말 무덤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말은 섬기던 주인과 함께 묻히기도 하였다. 말은 신성하게 여겨져 흙으로 빚거나 쇠 주물로 만든 말 모양 토우나 철마를 매장하거나 신전에 모시는 일도 다반사였다. 개인의 재앙을 멀리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마부적(神馬符籍)도 있다. 말은 권위의 상징이며 신의 사자(使者)역할을 하였다. 고대 전쟁에서는 말과 마차가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유목을 주 생업으로 하는 유목 집단들은 말이 생명과 같았다. 주몽은 마굿간에서 가장 좋은 말의 혀에 바늘을 꽂아 삐쩍삐쩍 마르게 하여 버리게 한 뒤, 버린 말을 거두어 길러서 위기에 닥쳐 도망 나올 때 썼다.

박혁거세는 마을사람들이 이상한 기운이 돌아 가보니 흰말이 꿇어 앉아 보호하고 있다가 놓고 달아난 붉은 알에서 태어났다. 기마인물형토기나 천마도 등도 이러한 설화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고대 전쟁에서 말을 탄 기마병들은 전쟁의 승, 패를 가늠지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사람 못지않게 온 몸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말 머리부터 꼬리까지 보호하기 위한 말 갑옷도 있었다. 말 위에서 활을 잘 쏘기 위해 안장과 발 받침대도 고안하였고 격구(擊毬)등 마상무예도 발달시켜왔다.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통과 통신, 물류의 중심에 있었다. 파발마가 그렇고 마차가 그렇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 물류의 대부분을 마차와 마부가 담당하였다. 멀지않은 옛날이야기다. 마을 곳곳에는 말발굽에 쇠신을 신기는 대장간도 있었다. 어린시절 마부아저씨가 끄는 마차에 몸을 싣고 싶어서 뒤따라가던 옛 추억을 떠올리면 마치 마을에 검은 연기를 뿜는 자동차가 나타났을 때 쫓아 뛰어가던 모습 또한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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