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주민들은 정부에서 기금을 수탁해 시ㆍ군별 피해상황에 따라 합리적 배분을 원하고 있지만, 전남ㆍ북 주민들은 재단을 설립해 기금을 관리하고 지역적 할당으로 기금 배분을 요구하는 등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도와 피해주민 등에 따르면 서해안 유류오염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의 지역발전출연금으로 확정된 금액은 3600억원이다. 이미 태안지역에 사용된 500억원과 향후 2년간 사회공헌사업에 사용될 200억원을 제외한 2900억원은 오는 29일 삼성 측의 별도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다.
문제는 출연금 입금을 코앞에 두고도 기금 관리주체와 배분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남지역 11개 시ㆍ군 주민들은 피해 정도에 따라 기금이 적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수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전남ㆍ북지역 5개 시ㆍ군 주민들은 정부가 수탁하는 것보다는 재단 설립을 통해 기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금 배분도 피해 정도가 아닌 50% 정도의 지역적 할당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 측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삼성 출연금' 수탁을 거부하면서 기금 배분을 둘러싼 지역적 갈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문승일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국회에서 특수법인 설립으로 기금 관리주체 문제를 풀려고 한다”며 “유류피해와 전혀 상관없는 제3자가 기금을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라지역 주민대표들과 한차례 대화를 했는데, 태안 피해는 인정하면서도 우심지역을 들고 나오는 등 생각이 너무 달라 답답하다”면서 “민사재판 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특위활동이 종료된 것은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기금관리 주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본 합의서에 당사자들의 사인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기금 수탁을 거부함에 따라 특수법인 설립을 통해 기금관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유류특위 시한 종료로 관련 업무를 위임받은 새누리당 성완종(서산ㆍ태안) 의원은 '삼성 출연금'관리주체와 배분 문제 해결을 위해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특별법'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며,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특별법 개정안에 기금 관리 문제 등이 모두 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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