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길거리로 나온 의료인들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길거리로 나온 의료인들

김민영 정치사회부 차장

  • 승인 2014-01-06 14:15
  • 신문게재 2014-01-07 17면
  • 김민영 정치사회부 차장김민영 정치사회부 차장
전국시대 위나라가 초나라를 치려했다. 위나라 신하 계량(季梁)이 소식을 듣고 임금을 찾아 이같이 아뢰었다. “초나라로 간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초나라는 남쪽에 있는데 수레가 북으로 가기에 이상해서 물었더니 그 사람은 말이 좋아서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미련한 사람입니다. 말이 좋다 하더라도 방향이 틀리면 초나라를 갈 수 없습니다.

왕께서 나라 큰 것만 믿고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면 북으로 가는 수레를 타고 초나라에 가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계량의 일화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이다. 수레의 긴 채는 남쪽으로 가고 바퀴는 북쪽으로 간다는 의미다.

요즘 정부의 의료정책을 보면 '남원북철'이 생각난다. 정부에서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 민영화'가 맞다고 한다. 원격의료가 좋은 제도라고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미국 등 땅덩어리가 커서 병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는 맞을 수 있지만, 집앞에만 나가도 병원이 즐비한 우리나라 여건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약 처방 문제, 시설문제 등 아직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많지만 정부는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고,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말 정부는 병원들의 '메디텔' 등 일명 호텔식 병원 도입을 허가하면서 의료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선택진료제 폐지와 상급병실료 조정 등의 움직임이 일면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선택진료제의 수익으로 의료진 급여의 일정부분을 충당해왔던 대형병원들은 선택진료제가 폐지될 경우 병원 운영자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사계는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수 있는 '법인약국' 설립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대형 자본과 제약회사 등이 약국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동네 약국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과계는 의료법 개정에 따른 전문의제도로 한의사계는 한방물리치료사 도입 반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정책의 남원북철로 병원과 진료실에 있어야 할 의료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그 사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민들에게 치료비를 낮추고 양질의 의료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 변화라면 환영할만 하겠지만, 법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의약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 돼야하고, 의료계가 수긍할 수 있는 제도시행이 필요해 보인다.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김민영 정치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