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 암시한 갑오갑자꼬리… 분열에서 통합이 시작되는 해”

“새시대 암시한 갑오갑자꼬리… 분열에서 통합이 시작되는 해”

이응국 홍익사상연구소장의 주역으로 본 갑오년

  • 승인 2013-12-31 13:30
  • 신문게재 2014-01-02 10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응국 홍익사상연구소장
▲이응국 홍익사상연구소장
세월을 60갑자 간지(干支)로 표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겠지만 예전 선각자들의 언행을 살펴보면 간지로 세태를 표현한 적이 많았다. 갑자년 한 해의 운수를 진단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갑오갑자꼬리'라는 일문은 갑오에 대한 비결로 갑오년이 도래할 때마다 인용하는 상투어였다. 60간지 중에 갑자는 첫 시작하는 자리요 갑오는 중간자리다. 태극으로 설명하자면 자(子)에서 양(陽)이 시작하고 오(午)에서 음(陰)이 시작한다.

만물이 생할 때는 머리부터 나오니 갑자가 양의 머리라면 갑오는 양의 꼬리요 동시에 음의 머리가 된다. 그래서 '갑오갑자꼬리'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오갑자꼬리'는 동학혁명 당시에 나온 것이며 투전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매천황현의 『오하기문』이란 글에 실려 있다. 화투놀이에서도 두 장의 패로 끗발을 잴 때, 가장 높은 수 9를 '갑오'라 부르는 것도 이에서 연유한 것이다. 자(子)와 오(午)는 음양의 극수자리인 9가 되기 때문이다. '갑오갑자'에서 갑자(1864)는 고종이 등극한 원년이다. 그리고 최제우가 사형을 당한 해이고,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는 갑오년(1894)이다.

아마 동학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이 퍼뜨린 문구일 것이며, 구시대는 사라지고 새시대가 돌아올 것임을 암시한 글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뜻을 전승하려는 듯, 암울한 선천시대는 물러가고 새희망의 후천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면서 민중들은 투전놀이 할 때마다 '갑오요!'하고 외쳤을 것이다. 하여간 불행하게도 동학전쟁은 외세의 개입으로 패배하였고, 이 과정 속에서 다시 '갑오갑자꼬리'를 꺼내든 사람은 강증산 선생이다.

그가 말한 “갑을청룡(甲乙靑龍) 뉘아닌가 갑자꼬리 여기 있다”하니 갑오를 가리킨 뜻이겠고, “그때가 오면 무위이화로 내일이 이루어지리니 갑오갑자꼬리라” 하니 역시 장차 다가올 갑오년을 염두한 말이겠다. 또 '갑오갑자꼬리'를 언급한 사람이 이주역으로 이름났던 야산선생이다. 그는 갑오년(1954)에 '가봐야 안다'는 갑오갑자꼬리의 비결문을 인용하면서 신도(神道)행사 하였다.

두 분 모두 갑오년(1954)에 비중을 두고 여러 행사를 하였으니 이분들만이 아니고 당시의 사조(思潮)가 갑오로 세상이 변혁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120년 전, 4대강국의 침략 속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전쟁이 있어났지만 결국 36년의 일제압제를 당했고, 이후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4대강국의 분쟁의 회오리 속에 놓여 있다. 세월은 흘러 또 다시 갑오년이 도래하였다. 지금은 후천시대다. 두 갑(甲)전 갑오년은 후천의 문이 열리지 않은 때였고,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후천개벽이 되었다. 군주제와 민주제로 선후천을 구분하는 잣대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선천이 분열의 시대였다면 후천은 통합의 시대다. 봄여름의 기운이 뿌리에서 줄기ㆍ가지로 나누어지는 시절이 선천이라면 가을겨울의 귀근하는 시절이 후천이 된다. 그리고 후천은 가을의 금(金)기운으로 온다.

납음(納音)오행으로 갑자는 '해중금(海中金)'이라 하니 바닷속 금은 꺼낼 수 없고, 갑오는 '사중금(沙中金)'이니 갑오년의 모랫속 금은 꺼내 쓸 수 있다. 따라서 갑오년은 후천의 시발점이 된다. 계사년은 아마 분열의 극치였을 것이다. 12지신중에 뱀만 혀가 두 개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어느 고등학생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 게재에 교장이 고소하는 참으로 개탄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교육현장, 국정원사건 문제로 정치계는 기진맥진하고 경제는 노사간의 한없는 철도평행선을 보는 것 같다. 아마 계사년이라 그랬겠지 라고 자위하고 싶다. 반면에 갑오년 이후는 분열에서 통합이 시작되는 해라 볼 수 있다. 갑자년 머리에서 꼬리까지는 나무뿌리에서 천만가지로 분열하는 모습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면, 갑오년 이후부터는 천만가지 기운이 하나의 뿌리로 귀일하는 모습, 이것이 후천시대의 모습이요 이래야만 살 수 있다.

교육ㆍ정치ㆍ경제가 각자 합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충청ㆍ전라ㆍ경상도가 합하고, 남북이 하나로 합하고 지구촌이 한 가족이 되는 세상, 때가 오면 때를 따를 줄 알아야 하니 모든 것을 합하고 합해야 하는 것들이 갑오년에 생각할 수 있는 주제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