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희망 36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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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희망 365일

황미란 편집팀 차장

  • 승인 2013-12-30 19:32
  • 신문게재 2013-12-31 17면
  • 황미란 편집팀 차장황미란 편집팀 차장
20대의 시간은 시속 20㎞로, 60대의 시간은 시속 60㎞로 달린다고 했던가. 계사년 한해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굵직한 정치적 이슈와 논쟁으로 바람 잘날 없었던 365일. 뱀의 지혜로운 기운을 얻어 성공적인 한해를 만들겠다는 의기좋은 연초 다짐은 물거품이 된지 오래, 사회 곳곳 갈등과 반목뿐이다.

그 때문인가. 서민들의 삶도 더 팍팍해졌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에 한숨, 아등바등 잘살아 보겠다는 노력도 부질없이 더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또 한숨. 세상에서 부대끼며 보낸 내 반평생은 '머슴생활'이었다던 산중도인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인생에 3번 찾아온다는 '만의 하나'.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숨가쁘게 달리는 우리네 일상. 그래서 일까? 우리나라 부부 4쌍중 1쌍은 하루평균 대화시간이 30분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이나 칭찬과 격려의 말은 50.4%가 “가끔 기분 좋을 때만 한다”고 답했고, 거의 안 하거나(19.8%) 한 적이 없다(1.4%)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50대와 60대 부부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각각 50%, 61.9%로 반을 넘어 섰다고 하니 나이가 많을 수록 표현에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인가보다. 이런 '대화없는 부부'의 가장 큰 원인은 늦은 퇴근과 잦은 주말근무라고 한다. 왠지 대한민국 가장의 고단한 삶과 워킹맘의 애환이 느껴져 더 서글프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바빠도 오늘이 가기전 한해동안 기쁜일 슬픈일 함께 나눴던 내 남편, 내 아내에게 “고맙다”고 또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覺人生 萬事非(노각인생 만사비) 憂患如山 一笑空(우환여산 일소공)' 늙어서 생각하니 만사가 아무것도 아니며 걱정이 태산 같으나 한 번 소리쳐 웃으면 그만인 것을…. 가슴깊이 아로새겨야 할 옛 성현의 가르침. 지난 1년 경쟁에서 이기려 누군가를 짓밟고 아프게 한적은 없는지,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것에 마치 죽고 살 일처럼 낙담하고 화를 낸 적은 없는지, 소통을 외치면서 내 생각을 관철시키려 호통치지는 않았는지 다시한번 돌이켜 보고 반성해보자.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일 못 이뤘다고 너무 애닳아 하지도 말자. 우리에겐 희망으로 채울 365일이 기다리고 있고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니까.
황미란·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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