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는 “다른 자녀들은 대부분 학원에 보내는데 우리 자식만 안 보내면 뒤처질까 걱정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이모(43)씨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정 경제에 학원비, 영어 캠프 등 사교육비까지 덩달아 올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 장사가 잘 안돼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속 모르는 자녀가 '방학 때 ○○는 영어캠프에 가고, ○○는 해외여행을 간다'고 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지난 20일부터 지역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감에 따라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들에게 40여 일간의 '방학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갈수록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부모들에게 방학은 '1년 중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달'로 인식되고 있다. 학교 진도 나가지 않는 틈을 타 아이들의 집중학습을 도와줘야 하는 때가 방학이기 때문이다.
지역 초교에서는 돌봄의 공백이 없도록 방과 후 활동인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1~2시까지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초등학교와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아동 보육시설은 대부분 운영 시간이 짧아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장기 해외 연수 및 겨울방학 캠프를 계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해외 겨울방학 캠프는 겨울방학 4주 기숙사비용을 포함해 2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학 때마다 되풀이되는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직장생활 때문에 아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연수를 택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엄마들의 '방학 스트레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서는 방학기간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기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방학기간 학교에서 모든것을 책임지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체험학습포털 위크온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7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7.0%가 '자녀의 겨울방학이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겨울방학이 반갑지 않다는 응답자 가운데 66.9%는 그 이유로 '선행학습'을 꼽았으며, '단기 어학연수'(26.6%), '비싼 레저캠프'(7.2%), '반찬 걱정'(5.6%), '가족여행'(2.3%) 등이 뒤를 이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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