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동구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 1층 상가 상인들이 난방 없이 전구에 의지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
그가 일하는 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는 폐허가 된 건물로 난방이 없어 얼음골 같은 곳에서 두 번째 겨울장사를 맞고 있다.
20년 전 평당 800만원에 오피스텔 상가를 분양받아 작은 귀금속가게를 차리고 많은 손님을 받던 때는 과거가 됐고, 지금은 폐허가 된 건물 속에서 하루를 이어갈 뿐이다.
최 씨는 “여기에 남은 사람들 모두 상가를 분양받고 십여 년간 장사를 하던 사람으로 가게를 되팔 수도 없고 그냥 놀 수 없어 나와 있다”며 “전기도 물도 끓긴 곳에 누가 관심을 갖고 다시 살리려 노력하겠나”고 한숨지었다.
대전 동구 성남동에 있는 현대그랜드오피스텔이 폐허가 된 지 3년째를 맞고 있다. 지하 5층ㆍ지상 18층에 사무실 등 객실 429개가 있는 거대한 건물 전체가 텅텅 빈 채 도심 속에 남아 있다. 1992년 개장해 대전에서 가장 큰 건물로 이름을 날렸던 오피스텔이 문을 닫은 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피스텔 내 각 세대가 사용한 전기요금 1억원 가량이 미납되면서 2012년 5월 단전됐고, 전기가 끊기자 안에서 생활하던 이들이 모두 오피스텔을 떠나게 됐다. 이에 앞서 상수도는 2008년께부터 단수와 재공급이 반복됐으며, 현재는 1000여만원이 연체돼 물마저 끓긴 상태다.
현대 그랜드오피스텔 관리단 관계자는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인건비 등 미납된 게 22억원 가량 된다”며 “객실과 상가가 모두 분양이어서 한 건물에 주인이 400여명 되는 셈이고, 지금은 안전을 위해서 1층 상가를 제외하고 모든 건물 출입을 막아놓았다”고 설명했다.
분양된 오피스텔에 관리비가 제대로 수금되지 않고, 수년간 공공요금이 연체되면서 거대한 오피스텔 전체가 파산한 셈이다.
건물 전체가 비어 있고, 제대로 된 전기와 물도 공급되지 않는 건물은 금세 노후화돼 흉물에 가깝게 변색하고 있으며, 지하층에 지하수가 차올라 펌프로 퍼내는 등 가까스로 유지되는 실정이다.
1층 상가 분양상인 11명은 폐허가 된 건물을 떠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비상전력으로 꼬마전구에 불을 밝혀 옷수선과 슈퍼, 의류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피스텔 1층에서 만난 한 상인은 “그동안 많은 사업자가 오피스텔을 다시 살려보겠다고 다녀갔지만, 주인이 많고 비용부담이 커 제대로 진행된 게 없었다”며 “주변에 아파트단지도 들어섰다는 점에서 누군가 재개장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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