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그러나 한 문화의 형성은 지역적 풍토와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지방문화라는 이름으로 돋보이게 됨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근래에 와서 우리 충청권주변에 있어서도 세종시의 탄생과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내포신도시 형성 등 지방의 이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새로운 문화권의 이름이 날로 불어나고 있음은 이 까닭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화권의 다양한 형성은 우리 민족문화의 내실을 더욱 풍요하게 해주는데 크게 기여할지언정 결코 이질화라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임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렇듯 긍정적 요인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지방문화권의 존재도 오랜 전통적 역사 현장으로서의 중앙집권적 정치체제하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명맥을 이어왔을까. 실로 중앙중심의 독선적 사고에 밀린 지방경시의 풍조도 요즈음 와서야 비로소 다소 수그러지고 새로운 문화균형시대의 도래라는 명제와 더불어 겨우 그 명맥의 소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것이 비록 시대적 요청의 당위성에 힘입은 바라 하더라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란 그 사회의 발전과 정비례하여 단계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면서 변천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지역의 지방문화는 새로운 시대요청에 따른 문화 창조의 기본적 요인으로서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음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인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채 아무도 챙기는 이 없이 버려둔다면 이 시대의 문화적 후진성의 극복이라는 막중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문화란 항상 전통문화와 외래문화와의 오묘함에 의한 창조적 기능을 그의 생명처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지역권문화의 재창조는 이 시대의 절실한 요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들은 소위 지방문화의 재창조를 위해서는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여기서 또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듯이 우리 충청지역에 세종시의 탄생과 더불어 중앙집권적인 문화정책의 대폭적이고 특단적인 지방이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른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그에 따른 모든 시책에 있어서도 지방시대라는 명목에 알맞도록 지방우선주의가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 서울은 인구의 포화상태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과잉현상은 그만두고라도 모든 문화적 시설이나 행사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그와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빈곤에 처해있는 지방에 있어서는 비록 일일생활권이라는 미명아래 국토는 이제 하나가 된 양 일컬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도비(都鄙)간의 불균형은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생활권의 균등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대담한 정책변화에 따른 새로운 지방문화 재창조의 육성방안이 짜여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지방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시책으로는 지방자치제의 실시라는 구실아래 지방의 책임으로 만 미루지 말고 각 지방의 지방대학과 박물관들이 국립(國立)이 있듯이 적어도 지방문화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국립, 다시 말하면 국가의 전폭적인 책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지금까지의 지방문화는 적어도 벽지에 버려진 고아가 아니라 본가의 장손처럼 민족문화의 총아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의 문화적 유산을 온통 상속받는 위치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보호육성을 받아 마땅하리라고 본다.
셋째 지방문화의 재창조를 위한 국가의 투자는 균등주의를 버리고 지금까지의 문화적 취약지구에 우선적으로 투자하여 스스로 전국적인 문화시설의 균질화(均質化)와 문화행사의 능률화를 기하도록 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충남도청 이전과 올해 말 정부 각 부처의 이전이 완료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새로운 모습과 함께 지방문화 재창조의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