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변호사회장 자격제한 추진 '논란'

'법조경력 10년 이상' 회칙개정 논의… “젊은층·로스쿨 출신 견제용” 의견 분분

지방변호사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제한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변호사와 해마다 급증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대전을 비롯한 전국 13개 지방변호사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에서 열린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석왕기)에서 변호사회장 출마 자격을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회칙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협의회에는 경남과 전북, 제주를 제외한 대전변호사회장을 비롯해 전국 10곳의 지방변호사회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회장단은 지역변호사회 수장의 경력이 짧으면 갈수록 회원 수가 늘어 몸집이 커지는 변호사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격 제한 추진에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장 자격을 제한한 곳은 서울변호사회다. 서울은 2012년에 법조경력 10년 미만 또는 변호사 개업 경력이 5년 미만인 회원의 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변호사회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30대 중반의 A 변호사는 “자격을 제한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기득권 지키기라는 오해와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한 여성변호사는 “그렇지 않아도 임원 대부분이 연령이 많은데, 경력 10년은 20~30대 변호사들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로스쿨 2기인 한 변호사는 “갈수록 로스쿨 변호사들의 세가 커질 수밖에 없음에도 여전히 사시 출신과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격 제한은 더 큰 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변호사회 임원인 B 변호사는 “아직 진행 상황은 잘 모르지만, 두 가지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며 “충분한 의견수렴인 만큼, 장ㆍ단점을 파악해 합의점을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변호사회 관계자는 “대전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얘기가 되고 있는 걸로 안다”며 “회칙 개정은 정기총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다음달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