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판단 기준은 입법 취지에 충실했느냐 여부여야 할 것 같다.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을 규제하기 위한 기존 유통법도 법의 목적에서 멀어져 있다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또 지자체별 조례로 대형마트 등에서 팔지 못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또 발의된 상태다.
바로 이 법에 따른 ‘상생품목’이라는 이름의 특정 품목이 화근이다. 예를 참고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닭고기나 배추를 이 품목으로 결정하면 해당 지역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불가능하다. 출발은 공룡 유통재벌의 싹쓸이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키자는 의도였다. 순수한 입법 목적이 농업인 등 생산자에게도 적용될 수는 없을까.
개정안 반대 측에 선 일부 의원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물론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은 상대적 기본권으로 봐서 부분적인 제한이 가능하다. 지역경제 및 중소기업 보호육성와 관련한 규제의 정당성은 헌법이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역시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축산인 피해로 귀결된다면 법적 근거와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다.
일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옥죄기’가 농·축산물을 출하하는 판로를 차단하는 형태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한양계협회, 한국4H본부 등에서 유통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논리도 이것이다.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고사 직전의 농업이 설자리를 더 잃는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유통법의 원래 목적을 다시 돌아보면 골목상권과 유통상인 보호에 있었다. 해법은 또다른 취약계층인 농축산인의 이익과도 조화를 이뤄 역차별이 없는 데서 찾을 일이라고 본다. 생산자와 소비자도 생각하며 누구를 위한 상생 법안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나무의 무성함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의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진정한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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