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산부인과 의사 비방글올린 소아과 의사 항소심서 유죄

소아과 의사 채용하려하자 협의회사이트에 "신생아 사고 자주 발생" 등 게시글

소아청소년과 의사 A(39)씨가 이웃에 있는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씨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런 내용이다. A씨는 2011년 대한소아청소년개원의협의회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고생하러 오시는 후배님들… 취직전 문의 중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굵직한 신생아 사고가 연 5~6차례 발생했다', '동문회에서 자신을 욕하고 회진해주지 않는다며 행패를 부렸다', '이곳 산과 인간들이 평균에서 많이 벗어난 캐릭' 등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채용하려는 산부인과를 비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원심 판사는 무죄로 판단했다.

우선, 사이트가 소아과 의사들만이 접속할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점, 모두 익명을 사용해 산부인과 내부적인 사정을 잘 아는 의사들 외에는 알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열람할 수 있는 의사들은 글쓴이가 자신의 입장에 치우쳐 다분히 감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내용을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점도 언급했다.

1심 판사는 “의도와 방법, 전체 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갈등관계를 접고 지역사회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을 경주해 나아갈 것이 기대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권희)는 A씨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인터넷 게시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고,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구체적 상황을 적시해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인지 충분히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게시한 내용 중 일부 표현들은 전체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 정도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허위사실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의사 채용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모욕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커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