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도랑-자연생태학습의 도량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도랑-자연생태학습의 도량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3-12-24 14:14
  • 신문게재 2013-12-25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요즈음 우리 지역에서 도랑을 살리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중도일보 사설 '뒤늦게 인정받는 '도랑'의 가치'(2013년 12월 18일자)에서도 생물다양성, 휴식공간, 물문제 해결의 다목적기능등 도랑생태계에 대한 도랑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도랑을 잘 관리하여 깨끗한 물길을 만들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선조들의 슬기를 되새겨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도랑은 생명줄과 다름 아니다.

우선 도랑은 물 다스리는 일 (치수:治水)의 뿌리였다. 지금이야 경지정리사업이나 하천정비사업 등을 통하여 비교적 큰 물줄기들은 잘 정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샘물이 솟아오르는 물의 발원지와 같은 작은 도랑이나 실개천, 논·밭과 생활하수가 흘러나오는 도랑에는 관심이 적은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선조들은 집터를 만들거나 마당이나 생활하수를 관리 할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도랑을 내고 주변정비를 해왔다. 주변에서 집안으로 흘러들거나 끼어드는 물을 막거나 빗물이 집안이나 마당에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장마나 큰 비가 오기전이나 후에 반드시 손보는 것이 마당주변의 도랑이었다. 지금도 도로공사를 하거나 택지조성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논농사나 밭농사도 마찬가지이다. 논농사나 밭농사 일을 시작할 때도 무엇보다도 먼저 살피는 일이 물길이다. 물길이 바로 도랑이기 때문에 도랑부터 손을 보게 된다. 이미 만들어진 도랑이라면 물이 흘러가다가 막힐 것들은 없는지 도랑이 무너져 흐르는 물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일은 없는지 살피고 먼저 물길을 잘 잡는다. 만약에 새로운 물길이 필요하면 필요한 곳을 정해서 도랑을 내게 된다.

논농사나 밭농사에서도 물도랑은 생명줄과 다름아니다. 도랑을 잘못내거나 관리를 잘못하여 훼손되게 되면 곧 바로 물이 논·밭을 망쳐버리거나 곡물들을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랑물은 가뭄에 단비처럼 쓰이기도 한다.

한편 도랑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졸졸졸 흐르는 도랑 물 속은 여러 가지 미생물과 수초, 올챙이와 개구리, 송사리, 미꾸라지, 우렁이 등등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마을 아이들의 자연생태체험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도랑 생물들의 한해살이와 생태특성을 자연스럽게 익혀가면서 생활에 활용하였다. 도랑에서 올챙이, 개구리, 송사리들과 함께 했던 어린 날들을 회상해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