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없는 통학차량' 관리 손놨나

대전 4000여대 추정불구 신고는 1600여대뿐…운전자 사고 경력 등 파악 안돼 변칙운영 불구 지도감독 사각지대, 제도개선 시급

<속보>=어린이와 중·고교생들이 이용하는 통학용 차량 대부분이 지도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본보 23일자 1면 보도>

차량 연식이나 운전자의 사고경력, 보험 가입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경찰과 관할 자치단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통학차량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치단체와 경찰, 대전청소년 통학ㆍ학원버스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대전에서 운행 중인 통학용 차량은 40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통학 차량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없는 상태에서, 통학차량이 주로 이용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고교와 학원의 개수를 고려해 추정한 수치다. 통학용 차량의 간단한 현황도 파악되지 않다 보니, 자가용으로 등록한 승합차를 개별 시설과 계약해 학생을 운송하거나 전세운송회사에 자신의 차량을 등록시켜 회사 이름으로 자영업 하는 지입제 등 변칙적 수단이 다양하게 동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통학차량이 필요한 어린이와 학생 관련 시설과 계약을 통해 개별 운전자들에게 일거리를 나눠주는 중개소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최철호 대전청소년통학 학원버스 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어린이집, 학원, 학교처럼 대중교통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통학용 차량이 아이들을 운송하고 있지만, 지역에 누가 운전하고 어느 정도 규모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내 아이가 아침저녁으로 타고 다니는 통학 차량은 안전한 것인지, 또는 운전자의 사고경력 여부를 학부모가 파악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버스나 택시는 차량의 생산연도에 따른 연식이나 운전자의 경력 등을 검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과 지자체 역시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제를 통해 등록된 통학버스 1600여 대만이 운전자와 보험가입 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 더 많은 수의 통학용 차량은 제도권 밖에 있어 관리감독이 없다. 이는 자가용 승합차나 지입 형태의 통학 차량 운행 관행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관련 현황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어린이 통학버스의 경찰서 신고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자칫 차량 소유자만 변경하는 지입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기본 통계와 자료가 없다 보니,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자격을 갖춘 운전자를 검증하는 등의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