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뒤늦게 인정받는 '도랑'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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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뒤늦게 인정받는 '도랑'의 가치

  • 승인 2013-12-17 18:14
  • 신문게재 2013-12-18 17면
17일 충남도에서 열린 도랑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회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보고회다. 작은 개울(도랑)은 수계의 원류인데 그동안 4대강 사업에 치여 관심 밖이었다. 도랑 살리기는 실개천, 지류, 본류로 연결되는 하천 생태계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 첫 과제로 마을 곳곳을 지나는 물길지도를 구축해 복원의 얼개가 마련됐다.

이번 1차 조사에서 조사 지점의 80% 가량이 쓰레기나 영농폐기물 등에 노출됐다는 도랑 오염도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쓰레기와 축산폐수, 생활하수 유입으로 인한 수질과 수생태계 악화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도랑이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하천의 시작점이자 기초인 도랑 복원의 절실함을 말해준다.

최근 도내 일부 시·군에서 도랑 살리기 추진협의회를 잇따라 발족시켰지만 일정한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충남도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복원을 하겠다고 한다. 중요도를 가려 도랑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곳을 우선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4대강처럼 하향식이 아닌 전문가와 주민, 환경단체와 상의한 다음 시행해야 한다.

4대강과 달리 '주민과 함께하는 도랑 살리기 운동'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염 퇴적토 준설, 생활하수 유입 차단 및 수질 보전, 물길 정비, 환경정화식물 심기 등 각 도랑 특성에 맞는 복원에는 주민 협력과 실천이 중요하다. 사후 관리를 위한 청결 활동이나 지속적인 습지 보전에도 민·관·산·학이 협력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상류지역 도랑에 외래식물이 번지면 하류지역까지 확산된다. 이러한 도랑의 생태적 가치에 늦게라도 눈떠 다행스럽다. 하천법이나 소하천정비법의 규정 미비로 관리 근거조차 애매한 것이 도랑이다. 법적 규정과 상관없이 도랑이 생물 다양성과 수질 보전 노력, 휴식 공간, 물 문제 해결 등 다목적 기능을 다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는 수계 중심의 환경정책에서 지천, 지류, 도랑 생태계를 관리사각지대에 놓아둬서는 안 된다. 구축된 물길지도를 토대로 중앙과 지방의 긴밀한 협의가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최상류부터 하류까지 관리가 필요한 것이 물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은 새삼스럽지만 도랑 살리기 취지에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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