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인권ㆍ복지소외에 '눈물'

저임금ㆍ장기간 노동… 폭력ㆍ성희롱 노출까지 실직 우려에 부당업무 거절도 못해… 지자체 등 감독 부실

충남도내 요양보호사들이 수급자들로부터 부당한 업무를 요구받거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요양기관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각종 요양시설들이 난립한데다 이를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관리대상이 서로 다르고 규정도 명확지 않아 지도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충남도와 천안시 등에 따르면 현재 충남도내 노인관련 요양시설은 총 730곳으로 요양보호사 5만2249명이 활동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노인 주거복지시설(양로원)이 25곳, 의료복지시설(요양원)은 241곳, 재가 장기요양시설(방문을 통한 목욕, 간호, 요양)은 464곳이다. 이 가운데 천안지역은 노인 주거복지시설(양로원) 9개소, 의료복지시설(요양원) 43개소, 재가장기요양기관 76개소, 주야간보호 및 단기보호시설이 16개소로 집계됐다.

요양보호사는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재가 요양보호사 대부분은 시급이 6000~7000원선으로 상여금과 식대는 없고 그나마 시설 종사자의 경우는 4대 보험료 혜택이 있지만 급여가 월 1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수급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요양서비스와 상관없는 업무를 요구받거나 적정한 근로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요양보호사들의 근로환경과 복지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지난해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가 요양보호사 중 58%가 손님접대는 물론 김장, 농사일까지 거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급자나 가족들로부터 재가 요양보호사의 30%, 시설 요양보호사의 81%가 폭력이나 성희롱 등을 당했고 근골격계 질환도 재가 요양보호사 24%, 시설 요양보호사 42%가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요양보호사들은 환자 간병 이외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실제 천안 A재가요양센터 소속으로 김모(79)할머니의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55ㆍ여)씨는 최근 수급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김장을 거들었다가 소속 센터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김씨는 “센터는 업무 외에 잡무는 절대로 거절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어르신 가족들의 부당업무 요청을 거절해 눈 밖에 나면 실직할 수 있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거절과 동시에 일자리를 잃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피해는 요양보호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요양센터를 관리ㆍ감독하는 지자체와 건강보험공단의 근로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관리감독 규정도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어서 요양보호사들의 복지나 인권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요양시설 등록시 요양보호사와의 근로계약서를 첨부하도록 해 노동 및 인권이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설 감독기관인 시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민원이 발생하거나 소지가 있을 경우 현지조사를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천안=윤원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