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음식 조리서들이 음식 연구가들에 따라 다른 방식들로 여러 전문출판사를 통하거나 잡지의 한 켠에 소개되어 많은 이들이 활용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하는 음식을 옆에서 거들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 음식의 가짓수나 재료, 짜고 매움까지 고스란히 손수 조리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친정집에서 배웠던 음식이 시댁에 전해지기도 하고 시댁에서 배운 음식을 친정집에 전하기도 하면서 음식의 가짓수와 음식 조리하는 방법 등을 서로 나누면서 음식문화는 더욱 풍성해져 갔다.
요즈음도 음식 연구가들은 맛있거나 특별한 음식을 찾아 여러 지역과 가정, 식당 등을 방문하여 맛보기도 하고, 어떤 집에서는 집안의 비법이라 하여 재료와 조리법등의 공개를 꺼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주로 제사를 지내거나 손님들을 맞을 때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였다.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들은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덜 했지만 제사음식이나 손님 접대 음식들은 특별히 신경을 썼다.
한 집안의 품격은 음식과 상차림에도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제사음식과 손님음식에 대한 가짓수와 재료, 조리법등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전하여 남겨서 후손들이 잊지 않고 잘 챙길 수 있도록 하였다. 상차림에 있어서도 그 품격을 잃지 않도록 엄격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시는 것과 먹는 것도 법도와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겨서 음식 조리법, 술 빚는 법, 음식재료 다루는 법, 그에 따르는 음식 생활에 필요한 지혜 등을 자세하게 남기고 있다. 후손들은 이러한 음식 조리서를 대하는 순간 음식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싹텄을 것이다. 요즈음은 너무 흔한 나머지 음식물에 대한 경건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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