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자체에 자기 책임을 부여하기 전에 던져지는 의문이 있다. 지방공사들의 부채가 52조원에 달하고 4년간 20조원이나 증가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주민감시를 통한 예산 통제는 왜 불가능했는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도 직면하게 된다.
물론 방만한 경영이 가능한 배경부터 당장 없애야 한다. 적자에 별로 신경 안 쓰는 구조, 즉 재무건전성 비중이 낮은 경영평가 기준은 놔둔 채 지방공기업 기관장을 몇 번이고 바꿔봐야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대책은 사업의 비용과 효과를 잘 분석하지 않은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돼야 한다.
지방공사와 공단의 부채 증가의 원인은 개발사업 확대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사업 성과 부진이 한 원인이 됐다. 일부는 보금자리주택 같은 국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부 주도 사업인지 공기업 자체 사업인지가 애매한 사업도 없지 않다. 상·하수도와 도시철도 적자는 공공요금 수준과 맞물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같은 구조적인 요인까지 살피면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본 잠식이 심각하고 효율성 제고가 도저히 어려운 부실 공기업에 대해 통폐합과 민영화, 퇴출 등 강수를 둘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지방공기업의 손실 누적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무리한 부채 관리 과정에서 지방재정 파산이 초래되지 않아야 함을 미리 지적해 두려는 것이다.
지방공기업도 주민 편의와 수익을 위해 지자체 예산으로 세워진 기업이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재무건전성에만 치중하다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 이 역시 경계할 점이다. 리스크 관리를 하되 재정 건전화, 합리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곁들였으면 한다. 지자체 책임으로 통합관리한다고 부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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