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은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감독이 병석에 누우면서 말 그래도 초상집 분위기였지만, 마지막 6경기에서 5승1무라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비록 2부리로 강등됐지만, 막판 시티즌이 발휘한 저력은 등을 돌렸던 축구팬과 대전시민들에게 '축구특별시 대전'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티즌은 이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맞고 있다.
젊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왔고, 조진호 수석코치가 선수단의 새로운 사령탑이 됐다. 한국 축구 역사의 큰 축이자 증인이라 평가받는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기술자문위원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30대인 대표이사가 시티즌을 맡은 데다 대전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까지 겸직하면서 여러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축구와도 큰 인연이 없기에 축구인들의 마음 한켠에는 다소간의 불신도 있을 수밖에 없다.
축구인들은 새로운 사령탑도 '감독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어 '시작부터 2등으로 가자는 거냐'는 불신과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한 편에선 허정무 기술자문역이 축구계에선 워낙 영향력이 있는 인사다 보니 자칫 대전시티즌에도 감독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올 시즌 시티즌을 마음 졸이며 지켜봤던 팬과 시민, 축구인들에게 이런 저런 우려들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려의 마음으로만 시티즌을 바라보는 것은 '축구특별시 부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세환 대표이사는 조진호 감독에게 선수단과 관련한 전권을 준다고 약속한 만큼 이 약속을 지키며 대외적인 활동과 구단 경영에 충실한다면 적어도 시티즌이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만 하다. 조진호 감독대행도 엄연한 감독인 만큼 보다 확실한 책임감과 지도력을 발휘해 선수단을 잘 꾸리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인 만큼 그들의 땀을 닦아주고, 또 박수를 보내주자.
허 부회장에 대한 우려도 본인이 구단주인 염 시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선수단과 관련된 모든 계획은 조 감독대행이 하는 것이다”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새로운 체제로 출범한 대전시티즌은 내년 시즌을 잘 보내 클래식(1부리그)으로 복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린 그들의 다짐을 믿고 더 뜨겁게 응원해야 할 일만 남았다.
최두선·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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