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이 폭력앞에서 떨고 있다.
응급 전문의 상당수가 폭언과 폭행을 경험하고 있으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나 현실적인 대안은 전무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응급의학과 전문의 총조사 결과 응급실전문의 394명중 응급실에서 폭언과 폭행을 경함한 의사가 각각 318명(80.7%)과 197명(50%)에 달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대답한 의사도 154명(39.1%)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져 있지 않다. 전국 병원의 75.8%에 안전요원이 상주해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무것도 없다.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폭력을 막아낼 수 있는 전문 경비 업체는 대부분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경비인력이다.
그러나 현행 '경비업법' 제15조에는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규를 적용하면 응급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보안요원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비업체 직원들은 때리는 보호자나 환자에게 의료진 대신 맞아주는 '샌드백'역할을 할뿐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경비인력이 보호자의 폭행에 대응했을 경우 쌍방 폭행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경비업무는 특수경비와 청원경찰 등도 둘수 있으나, 특수경비는 시설대상에 병원응급실이 포함돼 있지 않고, 청원경찰은 병원측의 비용 부담으로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돼 있으면 피해는 응급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다른 환자들이 될 수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폭력을 막아줄 수 있는 경비업체도 권한이 제한돼 있다보니 의료진 대신 맞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응급실 폭행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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