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색상값이 없는 하얀색은 보통 순결과 신성함을 의미하며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가장먼저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신부의 상징인 웨딩드레스는 처음부터 하얀색이 아니었다. 유럽의 결혼식은 종교상 의식옷(검은 드레스와 흰색 베일)이 사용됐다. 15세기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신부의 처녀성을 증명하기 위해 흰 옷을 입기 시작했으며 순결하지 못한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으면 그 색이 변한다고 믿기도 했다.
1840년 앨버트 공과 결혼한 빅토리아 여왕은 이색적으로 흰색드레스와 흰 면사포를 선택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패션유행은 뜨겁게 전염되나 보다. 그녀의 사랑스런 웨딩사진이 유포되면서 전 세계의 신부들이 너도나도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추종하게 됐고 현재까지도 '웨딩드레스=흰색' 이라는 공식은 무너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오페라 '카르멘'은 감각적이다.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집시 아가씨 카르멘, 그녀 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되지만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군인 호세. 어느날 카르멘은 “당신이 싫증났어요”라며 떠나려 하고, 어찌할 바 모르던 남자는 단도로 그녀를 찌르고 만다. 작곡가 비제의 선율은 비극을 깔고 있어 어둡고 무겁지만, 최근 한국 무대에 오른 카르멘은 붉은 입술과 불타오르는 듯한 집시치마처럼 자극적이고 신파적이다. 보통 빨간색을 정렬의 색이라 여기지만 국내외 정치인들은 붉은색을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중국방문 당시 경제사절단과 조찬을 가진 자리에 빨간색 상의를 입고 참석했으며 최근에도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붉은 의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증권가에서 상승세를 대변하는 빨간색 옷을 입음으로써 경기회복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데 진통을 겪었지만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힘을 실어줬고, 수용됐다는 후문도 있다.
#뮤지컬 'A Litlle Night Music'의 늙은 여배우 데지레를 기억한다.
옛 남자친구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졌지만 그 남자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고 데지레의 청혼조차 거부한 채 어린 아내에게 돌아간다. 슬픔에 잠긴 데지레는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으니 어릿광대를 불러 잠시 자신을 대신해 무대에 서게 해달라”며 회한과 연민의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다. 스티븐 손데임이 작사·작곡한 한 이곡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지난 6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쇼트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이날 중년여성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김연아가 선택한 연두빛이 감도는 노란색 드레스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취향의 다름'은 갈등과 분쟁을 불러오는 법인가. 일부 네티즌들은 “촌스럽다”, “어린이 의상 같다”는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의상디자이너 홈페이지에 성토의 글을 쏟아내, 사이트는 한때 접속 불가 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첫 데이트 호감 옷 색상'이란 기획기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노란색을 입을 경우 가장 비호감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노란색이 비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디자이너가 간과했었나 보다.
사람들은 색깔로 심리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선택받은 색과 그렇지 않은 색, 신분까지도 색깔로 나누었던 중세시대와 같은 틀에 박힌 분류법에 연연해 할 필요가 있을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색깔로 싸고있는 사람, 현실, 내용일텐데 말이다.
문득 자신의 의상 논란을 불식시킨 김연아의 일침이 떠오른다. “의상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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