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샛별클럽 회원들이 댄스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몸을 풀고 있다. |
생활체조 동호회 '샛별클럽'은 1993년 목화아파트가 준공되면서 결성됐다. 결성 초기에는 몇몇의 주부들이 단지 앞 공터에서 운동을 했다. 그러다 2001년 공터 부지에 서부경찰서가 이전 공사를 시작하면서 현재의 지하대피소로 자리를 옮겨왔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바깥에선 올 겨울 들어 제법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198㎡(약 60평)의 지하공간은 주부들의 열기로 가득 했다. 신나는 댄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자 이마에는 어느 새 땀방울이 맺혀 흐르고 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지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내뿜는 함성과 현란한 동작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샛별클럽을 지도하고 있는 김민 코치는 4년 전 서구생활체육회 소속으로 파견 나오면서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 코치는 “그 동안 수많은 클럽과 동호회 회원들을 지도해 봤지만 '샛별클럽'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팀워크와 체력을 가진 모임”이라고 칭찬했다. 연습장 한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상장과 트로피들은 김 코치 칭찬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석화순(56)씨는 “그동안 수상한 트로피와 상장이 너무 많아 절반 이상을 동사무소에 옮겨 놓은 상태”라며 “볼 때마다 클럽의 전통과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자랑했다. 특히 5년 전에 출전했던 시장기대회는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이 남는 대회다.
사연은 이렇다. 늘 그러했듯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던 중 석씨의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상을 치룬 후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석씨에게 대회 출전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를 해왔던 회원들의 열정과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의무감은 그녀를 다시 연습장으로 오게 만들었다. 흐르는 눈물을 참아가며 대회를 무사히 마친 결과 대회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석씨는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준 회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석씨처럼 특별한 기억이 있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회원들은 운동으로 인해 삶의 활력을 찾은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은희(37)씨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체질이었다. 특히 비염이 심해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운동 부족이라 생각했던 하씨는 이사 온 이후 무심하게 지나쳤던 샛별클럽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하씨의 몸 상태는 운동하기 전 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건강해졌다. 하씨는 “운동을 시작한 이후 비염은 물론 연중 달고 살았던 감기도 걸리지 않는다”며 “생활체조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벽 하나를 두고 있지만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곳.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 요즘 아파트다. 샛별클럽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벽을 운동으로 소통 하고 있다. 20년간 매일 땀 흘리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친 동기간 이상으로 끈끈한 정도 쌓였다. 집안의 애경사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주민자치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과 노인잔치 역시 이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석 회장은 “우리 모임이 운동과 건강을 위해 모였지만 주민 화합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회원들 모두 운동에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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