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하 한남대 교수 |
이번 사태는 한국이 북한의 군사위협과 더불어, 중국, 일본과 같은 주변 강대국들과 해·공역 상에서의 잠재적인 무력분쟁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경제력을 비롯한 총량적인 국력수준, 특히 군사비 지출 규모에서 열세인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과 대등한 수준의 군사력을 대칭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특히 한반도 주변에서의 무력분쟁에서 주력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높은 해·공군력의 경우에는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해·공군력의 양적, 질적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의 해·공군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한반도 주변에 대한 '접근거부(Acces Denial)능력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추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주변의 해·공역에서 지속적인 통제권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시기와 범위를 대상으로 주변 강대국들의 해·공역 침범을 차단·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적으로 개발·확보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국군이 갖추어야 할 접근거부 능력의 지리적 범위는 영토의 안전, 해양관련 주요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한반도 주변의 해·공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주변공간'으로 부를 수 있고, 크게 2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주변 200해리 이내의 해·공역을 포함하는 '제1주변공간'이다. 이곳은 대륙붕과 EEZ, 주요 도서의 영유권 등과 직결되며, 한국방공식별구역까지 포괄한다. 둘째, 한반도 주변 200~600해리 사이의 해·공역을 포함하는 '제2주변공간'이다. 이곳은 동해와 남해를 기점으로 동중국해, 서태평양까지 연결되는 한국 해상교통로의 관문에 해당한다. 바로 이 제1·제2주변공간에 대한 접근거부 능력을 뒷받침하는 군사력 건설에 매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해군력의 경우에는 지난 1990년대부터 지속해 온 수상전투함 중심의 대양 해군력 건설보다는 잠수함 전력을 확충하는데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잠수함은 '은밀성'을 통해 적 해군력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 및 위치에서 기습보복과 전력손실, 소모에 따라는 두려움을 강요하여 바다로의 침공을 억제, 견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력수단이다. 특히 '공기불요추진장치'(AIP) 탑재형 잠수함은 향후 상당기간 동안 핵추진 잠수함의 개발·확보가 곤란한 한국 해군이 한반도 주변해역에서의 접근거부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주력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마하 2 이상의 비행속도로 적 군함의 함대공 요격능력을 제압할 수 있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전력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공군력의 경우에는, 임무수행의 지속시간과 무장 탑재규모의 관점에서 해군의 군함보다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빠른 비행속도를 통한 분쟁지역으로의 신속한 투입·동원 능력, 탑재되는 유도무기의 성능으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공군의 항공기는 대당 획득비용이 해군의 군함보다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공군력은 한정된 재원으로 접근거부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해군력보다 더 효율적·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공 밖에서 적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 내외의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다목적의 임무수행능력과 고(高)기동성, 스텔스 능력을 갖춘 4.5~5세대급 전투기, 그리고 공중급유기가 필요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국방재원의 한계속에서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가능성에 효율적·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대칭적 해·공군력 건설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적에게 이기지는 못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일명 '고슴도치'전략에 더 부합되는 선택인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