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길 건양대 부총장은 자기주도학습을 강화시키는 건양대의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통해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건양대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김희수 총장이다. 그는 설립자인 동시에 오너 총장으로 건양대와 건양대 병원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건양대를 잘 아는 인사들은 이 학교에서 '장자방' 역할을 하는 정영길 행정부총장(48)을 주저 없이 대표 인물로 꼽는다. 그는 1996년 건양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교내 주요 기획과 정책 보직을 두루 거쳐 현재는 학교 행정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요즘 정 부총장의 고민은 두 가지다. 전국의 지방대가 살아갈 길을 찾는 것과 자신이 속한 건양대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지방대 자리로 올라 설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혁신 마인드로 학교 행정과 학사 프로그램을 '재발견'하고 있는 정 부총장을 만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부 대학구조개혁방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대학을 평가해서 5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고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제한한다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부실대학 정리와 대학정원 감축이 핵심이다.
현재 전문대를 포함해서 340여개 대학의 총정원은 56만명에 달하는데 5년 후인 2018년에는 고교 졸업자생수가 이와 비슷해지고, 10년 뒤에는 그 수가 급감하여 40만명선으로 준다. 이에따라 대학정원을 점차 줄여나가 16만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대학진학률 70%를 유지한다면 지금의 절반수준인 28만명선으로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부실대학의 양산과 사회적 혼란을 고려한다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부실한 대학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학 전반에 걸친 정원감축으로 균형 잡힌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고통이 동반되는 위기에 당면했지만, 대학의 특성화를 이루고 학부교육의 질과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얼마전 교육부 장관 초청 충청지역 대학총장간담회가 있었는데 분위기는 어땠으며 정 부총장의 사례발표는 어떤 내용이었는가.
▲대전ㆍ충남지역 총장협의회와 충북지역 총장협의회가 공동주최한 간담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충청권의 37개 대학 총장들이 대거 참석해 대학 교육의 현안에 대한에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지역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대학 평가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교육부에 전하는 등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어느 지방대학의 고민' 이라는 주제로 사례발표를 했는데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통해 앞으로 대학의 역할과 지방대의 생존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했다.
건양대의 성장을 3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앞으로 대학교육은 '가르침'에서 학생주도의 '배움'으로 변화함을 제시하고, 자기주도학습을 강화시키는 건양대의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소개해 교육부 관계자와 지역 대학 총장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방대학이 어렵고 위기라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무엇보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대전ㆍ충남권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기준 고교졸업자는 약 4만6000명이었는데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입학정원은 7만명 정도로 이미 2만 4000명이 잉여됐다.
아울러 기초학력부진자의 대학진학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즉,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고, 교육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졸업후 취업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는 다시 우수학생을 유치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내적인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대학자체의 구조조정 노력이 부족했다. 대학의 특성화보다는 일류대학을 따라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해온 것이다.
결국 지방대학의 위상이 약화되고, 졸업생 취업의 질이 떨어지며 우수학생은 지방대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특성화에 노력해온 대학은 오히려 부각될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가 지방대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텐데 어떤 의견인가.
▲인구의 49.2%, 제조업의 50.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과 지방대학이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로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이다.
예컨대,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이전했을 때, 별다른 교육과정이나 교수진 및 학사운영의 변화가 없음에도 갑자기 경쟁률이 폭등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지방과 수도권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서울소재 대학 졸업생의 해당 시ㆍ도 취업비율은 75%, 해당권역 취업비율은 92%에 달하는 반면에 지방소재 대학 졸업생, 특히 충남소재 대학 졸업생의 해당 시ㆍ도 취업비율은 21%, 해당권역 취업비율은 28%으로 극히 저조함을 보여준다.
대기업 입사 비율만 비교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은 3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취업의 질적 차이는 입학자원의 질적 저하로 연결되며 지방대를 나락으로 몰고 가고 있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결국에는 국가균형발전의 저해와 대학 교육환경을 악화 시킬 수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학 육성방안에 대한 의견은?
▲이번 발표의 핵심은 지역의 우수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소재 고교 졸업자 중 일정비율을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또, 공무원 채용 때에도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확대 적용키로 하는 등 우대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인데 지방대 입장에서는 매우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건양대의 예를 들면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지역우수 인재가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경제 역군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역인재전형을 추진해왔다. 지난 14년의 경험에 의하면 지역 인재들은 목표의식이 강하고 대학에 대한 자긍심과 적응이 빨라 지속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의학과의 경우 2013학년도까지 최근 3년간 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 속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면서 지역인재전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지원 자격을 특정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속에 지역인재전형이 전면 금지됐다. 의대, 한의대, 치대, 사범대 등 지역에 필요한 직업군을 양성하는 특정분야는 지역고교 출신자를 우선 선발함으로써 인재유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역에 안착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증진에 기여하고 지역 발전의 주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강제일 기자
●정영길 부총장은…
▲예산 출신 ▲건양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 ▲건양대 기획조정처장 ▲건양대 ACE사업단장 ▲건양대 의대학장 ▲건양대 특임부총장(기획, 발전전략, 산학협력, 국책사업) ▲대한해부학회 이사 ▲전국 대학기획처장협의회 부회장 ▲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 기획위원 ▲교육부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및 거점대학 육성사업 연구책임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 공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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