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밤을 보내면서 방구석에 마련되어있는 고구마 통가리에서 날고구마를 꺼내먹거나, 시원한 동치미를 먹기도 하고 가마솥 누룽지를 긁어 뭉쳐두었다가 먹기도 하였다. 설탕이나 꿀도 여간 귀한 것이 아니어서 사카린이나 당원 같은 것들을 물에 녹여 타 먹기도 하였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는 월남전에 참가했다가 돌아오는 형이나 삼촌, 친척들이 가져온 초코렛이나 껌, 잼 등 신기한 주전부리들을 맛보곤 하였다.
특히 군용 캔에 들어있는 물엿 같은 물질의 맛은 비길데가 없었다. 그것 한 캔만 있으면 왕이 된 기분이었고 모든 아이들이 한 방울이라도 맛보려고 야단이었다. 캔을 갖고 있는 아이는 성냥개비나 가는 나뭇가지에 찍어 아이들에게 맛보이면서 그것을 가져온 삼촌이나 형들에게서 들은 월남전에서 겪은 무용담을 늘어놓느라 하루해가 가는 줄도 몰랐다. 그 맛있는 물질은 요즘은 흔해빠진 잼이었다. 잼은 맛도 좋고 부드러웠지만 입속에서 금방 사라져 버렸다.
입속에서 오래도록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등장했는데, 사탕이었다. 사탕은 단단하여 입속에서 녹여서 단맛을 비교적 오래도록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요즈음 생각하는 사탕보다 더 크고 단단한 사탕이 있었다. 바로 눈깔사탕과 십리사탕이었다. 눈깔사탕은 눈알처럼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눈깔사탕을 입에 넣으면 커다란 사탕이 볼에 끼어 볼이 공처럼 볼록 튀어나오기도 하였다. 눈깔사탕 두 개를 입에 넣고 양쪽 볼을 볼록 나오게 하는 장난을 치면서 왁자지껄 놀기도 하였다. 사탕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오래도록 녹여서 단맛을 볼 수 있었다.
이 눈깔사탕보다도 더 단단하고 오래 녹여 먹을 수 있는 사탕이 있었다. 바로 십리사탕이었다. 하얗고 매우 단단한 사탕이었는데 깨물어도 잘 깨지지 않는 그런 사탕이었다. 하나를 입에 넣고 빨아먹으면서 십리를 갈 수 있다고 하여 십리사탕이라 불리웠다. 어느 사탕이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빨아먹지 않고 하나라도 더 먹으려 아드득 깨물어 먹어버리면, 아드득 소리에 사탕을 깨물어 먹지 말도록 훈계 아닌 훈계를 들어야 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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