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안전사고나 과로로 인해 순직하거나 상해를 당하는 일부 경찰관들을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관이 공무중 순직하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당연히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돼 각종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순직 당시 당사자의 과실이 추후 드러날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이 어렵다.
국가의 냉혹한 결정에 따라 순직자의 가치마저 빛이 바래고 있으며, 남는 유족들은 정신적 충격과 더불어 경제적인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이에 본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 순직한 경찰관들을 위로하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활 안정 및 공상자의 보상체계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 순직한 경찰관들도 뚜렷한 등급이 있다.
순직자들은 똑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됐지만 누구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도 하고 일부는 단순히 순직 처리만 된다.
순직 당시 본인과실이 있고, 업무상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으면 위험직무순직으로 간주되지 못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없다.
즉 긴급 출동시 신호위반을 하다 순직하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어렵다.
법을 지키고 순직해야만 확실하게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되면 유족들은 연금, 취학자녀 교육비, 취업 혜택 등이 돌아가지만 일반 순직 처리되면 연금공단에서 지급하는 연금 외에 별 다른 혜택은 없다.
물론 유족보상금은 지급된다.
그러나 국가유공자와 일반 순직의 유족보상금과 연금 차이는 엄청나다.
지난해 순직한 한 아산경찰의 유족보상금을 기준으로 보면 7000만원까지 차이난다.
순직 경찰들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다가 불가피한 희생이었지만 본의 아닌 과실에 따른 물질적인 차이와 정신적 충격은 현실적으로 너무 커 유족들은 두 번 상처를 받고 있다.
경찰청과 보훈청의 순직 기준도 다르다.
경찰청은 업무 중 사망의 경우 순직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보훈청은 본인 과실 및 업무상 인과관계를 중요시 보고 순직 기준을 달리 적용, 국가유공자를 선별해 등록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순직한 경찰관은 46명에 달하고 공무중 상해도 6811건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아산을 비롯해 서산, 당진 등 9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는 홍성보훈지청에 등록된 국가유공자는 423명으로 지난해 5명이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지만 이중 2명이 탈락됐고, 한명은 진행 중이다.
탈락된 2명은 과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등록이 거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보훈처 처분 후 소송을 하지 않고 유공자 등록을 포기한 유족들은 전국적으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유공자는 관할 보훈지청에서 서류를 받고 보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거절된 유족들은 국민권익위에 행정심판을 낼 수 있고 여기서도 탈락되면,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족들은 경제적 사정으로 중간에 포기하고 있다.
순천향대 경찰학과 장석헌 교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공무상 순직은 어느 정도 국가유공자 대우를 해 줘야 한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들의 순간적인 판단은 국민들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각종 불이익을 감안해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산=김기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