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현대제철 측은 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별개의 사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10분께 당진 송악읍 현대제철소 내에서 가스에 중독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송된 8명 중 1명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현대제철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현대그린파워라는 회사에서 발생했다.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 한국중부발전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현대제철에서는 재무담당인력을 파견하고, 중부발전에서는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인력을 파견해 운영 중이다.
그린파워는 기존에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전기생산용 발전기가 있었고, 5호기부터 8호기까지 4개의 발전기를 신축 중이었다. 완공을 앞두고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7호기의 예열기인 프리히터에 문제가 생겨 시운전을 중단하고 보수작업을 했다. 보수작업을 위해 9명의 관계자가 투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별도로 구성된 가스 배관은 역류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3개의 밸브 중 하나가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로 가스가 역류하면서 근로자들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작업자 9명 중 일부만 가스누출 경보기와 마스크, 휴대용산소지급기를 지참했다”며 “조작실수나 컴퓨터 오류에 의해 가스가 유출될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사업장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지역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2명이 사망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제철에서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 이들은 전기로 보수와 테스트를 마친 후 밸브가 열린 지 모른 채 안으로 들어갔다가 새어나온 아르곤 가스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대제철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현대제철은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그린파워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현대제철로부터 구입해 전력을 생산, 판매하는 별개의 사업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그린파워의 최대주주는 한국중부발전과 현대제철인데다, 사고가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윤구현 현대그린파워 대표는,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적으로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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