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26명 나란히 법정에…'충남교육계 부끄러운 재판'

장학사시험 문제유출 연루 혐의, 일부 교원 혐의 부인해 '재판 분리' 김종성 교육감 내달 2일 집중 신문

충남교육계 사상 처음으로 26명의 피고인이 한꺼번에 법정에 서는 초유의 재판이 열렸다.

전문직(장학사) 선발 시험 비리와 관련, 자체 징계를 받은 46명 중 불구속 기소된 교원들이다.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선 부인하는가 하면, 전면 부인하는 피고들도 적지 않았다.

25일 위계공무집행방해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충남교육청 소속 교원 남모(54)씨를 비롯한 모두 26명에 대한 첫 재판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 심리로 열렸다.

올 들어 대전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 가장 많을 정도로 시작전부터 들썩였다. 피고인들은 재판 전부터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청석에 순서대로 앉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불출석한 1명을 제외한 25명이다.

피고인 숫자만큼이나 변호인도 모두 17명이나 됐다. 법무법인 내일의 정갑생 변호사와 유앤아이의 정교순, 양병종, 김동철 변호사, 그리고 김연수, 김태범, 이관표, 이영규, 임성문 변호사 등이 변호를 맡았다.

변호인석이 좁아 변호인들이 검사석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자리에 앉았고, 1명뿐인 검사가 변호인석으로 이동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오후 4시 재판은 예정시간보다 15분 늦게 시작됐고, 피고인 신분과 변호인을 확인하는데 30분 가까이 흘렀다. 이어 검찰이 공소사실만 읽는데도 30분 정도가 걸렸다.

결국, 재판은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작했다.

검찰이 밝힌 이들의 혐의는 2011~2012년 치러진 전문직 시험과 관련, 공모해 문제를 유출하거나 유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고 유출 문제에 응시하며 대가를 준 혐의다.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과 구속된 전직 장학사 등의 진술에 대해선 일부 부인하거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혐의를 부인하는 이들은 노모(49), 노모(46), 박모(51), 이모(52), 조모(54)씨 등 5명이었고, 이들 중 박씨만 제외하고는 모두 증거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문제 유출 사실을 몰랐거나, 알았지만 공모하지 않았고 돈은 건넸지만, 공무집행방해 의도는 없었다는 게 요지다.

입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재판부는 인정하는 측과 부인하는 측을 분리해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인하는 피고들에 대한 속행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열리고, 인정하는 이들에 대해선 추후 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한편, 김종성 충남교육감과 (불)구속 기소된 전직 장학사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다음달 2일 열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재판은 채택된 증인 6명 중 불출석 통보를 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해 검사와 변호사 측의 집중 신문으로 이뤄진다.

우선 전직 장학사 중 구속된 된 김모(50) 전 장학사와 노모(47) 전 장학사가 증인으로 나온다. 김 전 장학사의 부탁을 받고 돈을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증인 이모씨도 증인 신문대에 서며, 또 다른 김모와 장모씨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1심에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받은 조모 전 장학사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에 김 교육감을 비롯한 전직 장학사들에 대한 변론을 마무리하고 선고할 예정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