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가정지방법원이 주관한 기차여행에서 학생들이 레일바이크를 타며 꿈에 대해 고민했다. |
부모의 이혼과 빈곤 등으로 성장환경이 열악한 보호소년이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임을 깨닫게 하는 건전한 일탈의 시간이었다.
이날 대전가정법원(원장 손왕석)은 전남 곡성군 기차마을을 찾아가는 '멘토와 함께하는 비전(vision) 열차여행'을 진행했다.
범죄사건과 연루돼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학생 본분의 생활에 노력하는 소년 중 가정의 결손이나 빈곤 등으로 성장환경이 열악한 소년 16명이 기차여행에 함께했다.
또 보호소년과 일주일 간격으로 만나 상담하는 위탁보호위원 20명이 여행에 동행해 이들의 하루 후원자가 됐다.
오전 8시 30분 서대전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는 전남 곡성을 향하는 동안 낯선 만남의 서먹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찼다.
친구들과 자주 다퉈 폭행에 연관돼 보호처분을 받은 한 학생은 “기차여행은 처음”이라며 “가족들과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2시간 만에 도착한 곡성의 기차마을에서는 레일바이크에 올라 굽이굽이 섬진강을 따라 기찻길을 달리며 늦가을을 만끽했다.
이날 보호소년과 짝을 이룬 위탁보호위원들은 여행 틈틈이 마음속 고민을 듣고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을 이야기했다.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C(18)군은 “나중에 멋진 남자가 되어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고민스럽다”며 짝꿍인 보호위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김동진(62) 보호위원은 동생들의 교육을 위해 맏이로서 학업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김 위원은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에 조금씩 노력해나가면 어느새 꿈꾸던 모습에 가까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군의 손을 쥐었다.
또 학생들은 '사춘기에 꿈은 무엇이었는지'에서부터 '어떻게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는 어른이 되는지' 등에 이르기까지 질문을 쏟아냈다. 보호소년과 위탁보호위원들은 레일바이크에 이어 증기기관차 체험과 산책도 함께 하며 '비행청소년'이라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새출발'을 마음껏 대화했다.
여행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자신의 고백을 솔직히 드러내고 작은 소망을 밝히는 시간이 됐다.
Y(17) 군은 “내 실수 때문에 자상히 보살펴주신 할머니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릴때 가장 슬펐다”며 “건전하게 번 돈으로 할머니에게 고기를 꼭 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L(19) 군은 “한 때 못된 짓으로 가정법원에까지 서게 됐지만, 지금은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더 노력하고 있다”며 “춤을 더 공부해 여름방학에는 해외에 나가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춘순 소년담당 판사 겸 공보관은 “저 또한 어린 시절에 방황하며 비행한 경험이 있어 극복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 여행을 마련했다”며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체험한 오늘이 방황을 극복하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계기가 됐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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