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 체계는 그동안 '지번'을 사용해 왔던 주소체계를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로 구성된 도로명 주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다. 1910년부터 토지필지별 일련번호를 주소로 사용하는 지번체계이지만 토지개발로 인해 지번으로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주소를 도로명 중심으로 표기하는 법률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4000여 억원을 들여 통합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1~9월 우편물 가운데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16.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의 집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32.4%에 불과했다. 정부기관에서는 대부분 도로명주소를 적용하고 있지만 민간업계에서는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대전시는 물론 산하기관에서도 이미 도로명 주소가 적용된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물론 부동산 거래를 위한 계약서 작성 시 여전히 기존 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함께 기재하는 등 혼용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한 기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한 정책포럼에서도 도로명 주소시행에 따른 제반 문제점들이 지적된 바 있다. 이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상당수 기존주소와 병행표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의 문화는 길 중심의 문화가 아니라 면적의 개념에서 정주성을 강조한 문화라는 지적이다. 각 지역의 역사성을 비춰볼 때 획일적으로 도로명 주소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도로명 주소의 경우 외지인들이 지번만으로 주소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전면 시행은 유보하거나 일정기간 병행표기를 통해 새 제도의 장점과 문제점을 더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역사성을 살리는 가운데 외지인들도 쉽게 주소를 찾는 묘안이 없나 더 연구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인 듯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