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선임이 장기화되면 기관 운영 및 연구 활동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누가 차기 수장이냐에 지나친 관심을 갖거나 조직 내부에 줄서기와 파벌 형성 등 부작용이 야기되기도 한다. 몇몇 전임 기관장들은 심각한 리더십 타격까지 입었다. 출연연 관리 능력 강화가 시급한 상태다.
대덕특구 출연연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5개 기관이 대행체제인 비정상 체제를 방임하고 연구 분위기 활성화나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어찌 말할 수 있는가. 기존 선임 방식이 능력 있는 인재를 배척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현상이 정권 교체 이후 반복되는 상황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폐쇄성이 다분한 인사 검증 절차 등 구조적인 보완 외에 역량 있는 기관장을 임용해 ‘황폐화’로 표현되는 과학기술 행정체계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시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모제에 걸맞게 민간 CEO급 등 출연연 안팎에 문호 개방이 돼 있는지도 의문이다.
업무 공백과 연구 시스템 혼란을 막기 위해 기관장 연임의 길을 터주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려면 법률 개정을 비롯해 기관 고유 업무 중심, 컨설팅 개념의 중간 평가가 제도화돼야 한다. 출연장 기관장이 연구자 출신이다 보니 일부 기관 경영 리더십이 부족한 부분은 또 다른 단면이다.
특히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정실 인사 등 정치 논리로 과학기술계의 연구 시스템이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다. 적기에 적임자를 발탁하고 추천이 가능한 장치가 안 된 것은 근본적인 잘못이다. 단순공모제 방식을 바꿔 기관장 부재가 특구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는 근원부터 차단해야 한다.
대덕특구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 기관장의 역할이 중시되는 시점이다. 수장을 잘못 뽑거나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 그 결과는 기관 운영의 왜곡이다. 대덕특구 40주년을 맞아 연구개발의 질적 수준과 성과 확산이 시급한 때에 ‘대행특구’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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