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덕특구 내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비롯 한국연구재단, 한국기계연구원, 연구개발인력교육원, 한국원자력연구원(27일 임기 만료)등 5개 기관의 수장이 공백상태이거나 공백을 피할 수 없다.
대덕특구 20여 출연연 가운데 25%인 5개 기관이 수장 없이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5명의 기관장이 무더기 공백사태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덕특구 40년, 기관장 대행특구=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업무 차질 뿐 아니라 29일 열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식마저 퇴색되는 분위기다.
대덕특구는 연구단지 조성 40주년을 맞아 지난 40년을 돌아보고 창조경제전진기지로 도약하기 위한 대대적인 기념식을 29일 갖는다.
하지만, 대덕특구 40주년 행사를 총괄하고 준비하는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이 한 달째 공백, '잔치를 준비하는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또 기념식에는 공석중인 기관장을 대신해 기관장 대행이 참석할 수밖에 없어 '대덕특구가 대행 특구가 된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들도 오가고 있다.
특구진흥재단은 임기를 마친 전임이사장이 퇴임하기 전, 차기 이사장 후보 3배수를 이사회에 추천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일정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석연찮은 이유로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한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기계연구원은 40여 일의 공백 끝에 지난주 차기 기관장 공모를 시작했다. 차기 기관장 선임까지는 빨라야 2달여 걸리는 공모절차를 고려하면 이들 기관의 기관장 선임은 해를 넘길 모양새다. 27일 임기 만료되는 원자력연구원장 공모는 일정도 잡히지 않는 등 안갯속이다.
▲기관장 공모제 개선해야=정부출연연구소의 기관장 공모제 개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기관장의 공백은 연구소 현안과 새로운 연구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업무의 연속성도 확보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장 임기만료 2달 전 공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모절차가 장기화되고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누가 유력주자라는 알 수 없는 소문으로, 알게 모르게 연구자들에게 눈치 보기와 줄 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연구현장이 알게 모르게 황폐화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대다수 기관장 공모가 공모 형식을 빌린 낙하산 인사라는 점에 알 수 있듯이 말만 공모제이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공모제를 빌미로 낙하산 인사를 시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관장 선임을 방기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기관장 공백과 연구현장 황폐화를 방지하려면 성과가 탁월한 기관장은 재임하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기관장 공백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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